오피니언 사외칼럼

[#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17>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것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처음 입사하며 신입 컨설턴트 교육에 참석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여러 나라 출신의 컨설턴트들이 호주로 모여들었다. 기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집중 훈련을 받고, 회사의 비전과 문화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자리였다. 저녁 식사 시간. 한 명의 멘토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맥킨지에서는 모든 사람이 성장할 공간이 충분합니다. 서로 경쟁하지 마세요. (There is enough room to grow here, do not compete each other)’

그 당시에는 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멋있게 들리려고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 어느 조직보다 근무 시간이 길고, 업무에 대한 평가가 치열한 곳이었다. 1년에 두 번 모든 컨설턴트들이 성과평가를 받고, 그 자리에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서로 경쟁하지 말라니? 그럼 나보고 제일 먼저 나가는 한 사람이 되라는 말인가? 어차피 팀장 자리는 하나인데 경쟁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거지?


비슷한 이야기를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번 더 들었다. 회사 임원들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개인 코치를 받게 되었다. 나의 코치는 30년 이상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퇴임 후에는 후배 임원들의 직장 생활 어려움도 들어주시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업무 방식 코칭을 하시는 분이셨다.

어느 날 성공적인 회사 생활의 비밀을 묻는 나에게 그분은 딱 한 가지 말씀을 해 주셨다. 지식이나 기술, 대단한 배경이나 업무에 대한 열정. 그러한 것보다 앞서 그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단 하나는 바로 ‘다른 사람들과 잘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일하 위해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덧붙이셨다. 그래서 항상 책상 위에 이런 글귀를 올려 놓고 있으셨다 한다. ‘we can be successfully only through others’.



▲남을 통해 성공하라


이 조언들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타인과의 경쟁이 갖는 무기력함과 한시성을 깨닫고 난 후였다. 타인을 깎아 내리고 상대의 약점만을 부각시키며 타인과의 경쟁 구도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실패하는 반면 경쟁하지 않고 공생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자꾸 보게 됨으로써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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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경쟁한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당장의 시점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으나,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일하는 부하직원들이 성장하고, 내가 모시는 상사가 직장 내에서 더 인정 받을 때, 나도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을 도움으로써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성취감이 더 높아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내 편이 되면 결국 나의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또한 사람들이 나를 신뢰함으로써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을 두고, 더 큰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출발은 경쟁 프레임을 버리는 것이고, 결과물은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나의 성공이 될 수 있다.

성공은 스스로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만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이 진실을 기억하자. 주변에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다면 성공도 없는 것이다. 1,2,3등을 가리는 경쟁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내 주변을 적극 도와줌으로써 내가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오래, 길게, 그리고 단단하게 직장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쑥스러워하지 말고, 손을 내밀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큰 일에 마음을 쓰며 주위를 도와주려 노력해 보자. 기본 시장 조사를 하는 후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전해주어 보고, 잠시 시간을 내어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보기도 하고, 외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옆 팀 동료에게 친구의 친구 연락처를 찾아 서로 연결해 주어 보기도 하자. 시간을 들여 후배들의 업무를 코칭하고, 새로운 SNS 활용을 낯설어하는 상사를 위해 인터넷 튜터를 자청해 보기도 하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남을 돕는 것이 아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분명히 하자. 경쟁은 오로지 나 자신하고만 하는 것이다. 어제의 나, 작년의 나, 게으른 나, 진실되지 않은 나, 그런 나와 하는 것이 진짜 가치있는 경쟁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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