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사진) 한국전력 사장이 21일 도시바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 도시바가 60%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 원전 컨소시엄인 누젠(NuGen) 지분 인수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사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도시바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며 “다만 영국 원전 컨소시엄인 누젠 인수에 부채·자본 등 매각 구조가 정해지면 가장 빨리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최근 미국 원자력 발전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미국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지배지분을 팔고 누젠의 지분도 줄이기로 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누젠의 지분은 도시바가 60%, 프랑스 전력회사 엔지가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도시바와 누젠의 지분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한전 입장에서는 도시바 지분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대규모 부채까지 끌어안게 돼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한전은 도시바보다 누젠 지분을 인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의 고위관계자가 누젠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이 누젠의 지분을 사들이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조 사장은 “도시바의 지분 인수는 반도체 업체가 할 문제이고 한전이 할 부분은 없다”며 “다만 누젠 인수의 경우 영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서 협의가 안 돼 아직 기본 구조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측이 현재 물밑에서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다른 지역 원전 수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말까지 제안서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2~3년 이내에 발주하겠다고 하니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