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검찰은 진술 내용과 기존 수사기록,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9시 24분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마련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4분께 1001호 조사실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혐의의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가 워낙 많고 복잡한 데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사이에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입장차가 커 조사는 장시간 이루어졌다.
조사 자체는 전날 오후 11시 40분에 마무리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열람에만 이후 7시간 넘게 더 진행됐다. 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고 나온 시간 기준으로는 장장 21시간 30분 동안 조사가 진행된 것.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16시간 20분,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시간을 훌쩍 넘는 최장 시간 기록.
박 전 대통령 측은 조서의 주요 부분마다 기재된 답변 내용과 취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느라 열람·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절차를 모두 마치고 청사 출입문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한 말씀 해달라’, ‘어떤 점이 송구한가’ 등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고 자택으로 귀가했다. 밤샘 조사에 다소 지친 듯했지만, 출석 때와 다름없이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검찰은 조사에서 삼성 특혜와 관련한 433억원대 뇌물 혐의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의 ‘투톱’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를 투입한 것도 뇌물 혐의 입증을 겨냥했다.
전날 오후 8시 35분께까지 약 11시간 동안 한 부장검사가, 이어 8시 40분부터 3시간가량 이 부장검사가 각각 조사를 맡은 바 있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에 따른 직권남용죄,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민간기업 경영·인사권 개입 등도 조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추궁에 박 전 대통령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선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의(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박 전 대통령 조사까지 마친 검찰은 조사 내용과 기록을 검토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한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