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이 사건의 내용을 들어보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기소할지) 판단하는 미국식 ‘기소 대배심제’를 도입하자는 법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프랑스·독일 등 대륙법을 본따 형사 사법 체계를 갖춘 한국은 형사 사건의 기소 재량권을 검찰이 독점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22일 오후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대선포럼 정책 토론 시리즈-법조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미국식 기소 대배심 절차를 접목하고 독일식 기소법정주의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한을 통제하고 축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적정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배심제는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식 제도다. 또 기소법정주의는 법률에서 규정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하는 원칙이다. 독일은 기소법정주의가 기본 원칙이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기소편의주의를 적용한다. 박근혜 정부도 사법개혁의 한 방편으로 미국식 기소 대배심제 도입을 검토했다.
국내에서는 오직 검사만이 형사 사건에 대해 기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를 기소독점주의라 한다. 검사는 사건의 내용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권한도 있는데 이는 기소편의주의라 하며 기소독점주의와 함께 검찰의 강력한 지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심의해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두고 있고 재정(裁定) 신청 제도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을 장치도 마련했다. 재정 신청은 고소인 등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법원에 신청해 법원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이 밖에 검찰과 경찰 사이의 오랜 논쟁거리인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범죄의 경중에 따라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언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 독립을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검찰총장추천위원회를 법무부 바깥에 두거나 독립기구로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검찰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검찰청법을 지켜 대통령이 검사를 청와대에 편법 파견해 검찰을 통제하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제자로 나선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법조 비리의 뿌리인 전관예우를 타파하려면 형사 사건에 대한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와 성공보수 금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