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닌 운동센터에서 최근 2~3년 새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회원들의 복장이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공용 운동복을 입은 회원이 다수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개인 운동복을 챙겨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유통 시장 신조어인 ‘포미족’(나를 위한 작은 사치에 기꺼이 투자하는 사람)이 저절로 생겨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운동복을 갖춰 입은 회원들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던 차에 코오롱의 신규 골프웨어 브랜드인 ‘왁’을 입어볼 기회가 생겼다.
미리 말하자면 기자는 골프웨어와 친하지 않다. 의상을 갖춰 입고 필드에 나갈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은데다 골프웨어는 중장년층의 대표 의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젊은 여성이 입어도 괜찮을 지에 대한 의심을 갖고 왁을 체험해봤다.
왁이라니. 마치 구호 소리와 같은 브랜드명부터 인상적이다. 컨템포퍼리 퍼포먼스 골프웨어를 표방하는 왁은 지난해 코오롱이 30대 젊은 골퍼들을 위해 기획한 야심작이다. 브랜드명은 ‘기필코 승리한다’의 영문인 ‘Win At All Costs’의 각 단어 앞 글자를 조합했고 상대의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어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미다. 뜻을 알고 나니 어떤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체험해 본 제품은 ‘수퍼와키 스웨터’와 ‘꺄뮤 큐롯 스커트’였다. 골프 마니아인 고모가 좋아하는 진빨강과 파랑 등 코디가 어려운 원색 계열의 옷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지만 제품을 보자마자 이런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수퍼와키 스웨터는 과하게 밝지 않은 진분홍색이었다. 채도가 살짝 낮은 진분홍색 계열이라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소매와 몸통 이음새에는 흰색 디테일을 더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외관에 포인트가 됐다. 왼쪽 가슴 윗부분에는 왁의 캐릭터인 왁키 와펜이 부착돼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소매와 허리 라인이 깔끔하게 떨어져 몸매를 살려줬다.
까뮤 큐롯 스커트는 기존 디자인을 탈피한 스타일을 갖췄다. 왁키 캐릭터를 카모플라쥬 패턴으로 디자인해 제품 전면에 적용한 것이다. 차분한 느낌의 회색을 바탕으로 보색인 남색과 진분홍이 어우러졌다. 제품 앞 부분에 앞절개 맞주름이 포인트로 들어가 여성스러워 보였다. H라인으로 빠져있어 날씬해 보였다.
스타일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뛰어났다. 치마 안쪽에 쫀쫀한 소재의 속바지가 부착돼 있어 움직이기에 편했다. 양 옆 주머니와 뒷쪽 주머니 등 주머니 총 4개에 지퍼를 더했다. 바지 지퍼 부분도 왼쪽에 배치해 지퍼 부분이 튀어나와 부해 보일 수 있는 것을 최소화했다.
수퍼와키 스웨터와 꺄뮤 큐롯 스커트, 니삭스를 장착하고 골프연습장에 입성했다. 자리로 향해 자세를 잡으니 필드 위의 골프여제가 부럽지 않았다. 비록 인조잔디이긴 했지만 초록색과 대비돼 눈에 띄었다.
스윙을 해보니 골프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리 부분의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속바지 덕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앞쪽과 뒷 부분의 절개 트임이 활동성을 높여줬다. 상의인 스웨터 역시 신축성이 좋아 스윙 동작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내 몸에 딱 맞는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갖춰 입으니 실력이 더 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디자인과 실용성이 뛰어난 두 제품의 가격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스웨터는 24만원, 스커트는 20만원이다.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커트를 장착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카모플라쥬 패턴 자체가 무척 화려하기 때문에 코디 제품은 최대한 단조롭게 입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의까지 패턴이 적용된 의상을 입으면 스커트 특유의 매력은 사라지고 의상이 전체적으로 과해 보일 수 있다.
필드 위에서 세련미와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왁을 추천한다. 색상과 디자인, 실용성 모두 우수해 초심자부터 고수까지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 왁의 다른 여성라인을 통해서는 점프수트 형태도 출시됐다고 하니 필드 위의 패셔니스타라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