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사흘 앞둔 22일, 호남의 민심은 들끓었다. 친박(친박근혜) 세력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호남 사람들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구분하지 않고 ‘새누리당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호남 유권자들의 고민은 야권 후보 중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수십년간 택시기사로 일했다는 박종옥(72)씨는 “문재인이는 거짓말쟁이여~~, 믿을 수가 있어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문재인이가 대통령 되면 4년 안에 박근혜처럼 또 탄핵당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패권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전두환 표창장 논란, 부산 대통령 논란도 광주 사람들에게는 충격”이라며 “안희정은 친노지만 패권 이미지가 덜한 게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했다. 전북대 교직원 김모(31)씨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남 사람들의 감정은 좋은 편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1위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안희정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는 이근영(24·광주)씨는 “전두환 표창장 논란 탓에 호남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대세론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긴 아니다”라며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새내기 이모(20)씨는 “어르신들은 1등 후보(문재인) 밀어주자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안희정 팬이 많다”며 웃었다.
조희선(20·광주)씨는 촛불집회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이재명 후보의 ‘팬’을 자처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불안불안하다”며 “이번에야말로 적폐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같은 사람은 싫다”고 말했다.
‘양보의 아이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여전했다. 광주에서 만난 박순자(64)씨는 “태극기, 촛불로 나뉘어 싸우는 게 싫다. 애들도 아니고”라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한 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김능현기자 광주=우영탁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