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쓴다. 호남 두 배인 영남의 인구비율, 연령이 높을수록 보수화하는 성향, 2030 세대의 낮은 투표율 등이 운동장을 기울게 하는 요소다. 그래서 보수세력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법적 제도적인 불공정게임은 아니다. 유권자 성향과 선거 지형이 그러니 진보진영이 불리한 게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분석이다. 때론 선거 패배의 핑곗거리이기도 하고 혹은 ‘야권 분열 필패론’ ‘야권 단일화론’을 뒷받침하는 무기였다.
정치 담론으로서 확장성도 있다. 2008년 같은 해에 치러진 18대 총선과 17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압도적 승리는 이 분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에 노무현재단이 엮은 그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이렇게 표현돼 있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 보수 세력은 위쪽에, 진보 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 진보 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다. 보수 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
보수에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여당이 제2당으로 주저앉으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더니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운동장을 아예 거꾸로 돌려놓았다.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나지만 옛 여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도는 모두 합쳐도 20%를 넘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 후보 3명의 단순 합산 지지율은 60% 안팎이다. 옛 야권의 전유물인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이제는 보수정당에서 거론되며 단일 후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며칠 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민주당 후보는 결국 한 명이다. 두 명의 지지율이 최종 후보에게 무조건 다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둥글다. 휘슬이 울려야 경기는 끝난다. 평평한지, 기울었다면 어느 방향인지는 장미 대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