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작된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자율 보장' 화장품 4년새 수출 5배로..."시장 믿어야 경제 산다"

<5> 올곧은 시장경제 작동

'큰 정부 작은 시장' 낡은 프레임에 갇혀 규제 칼날

기업가정신 갈수록 위축 시키고 투자 축소로 이어져

韓 'OECD 평균수준' 규제 개선해도 GDP 1.2%↑

정부 '간섭' 버리고 시장·기업 역동성 끌어올려야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조선업 세계 1위를 군림했던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밀려 지금은 3위다. 일본 조선업의 추락 배경을 두고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의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세계경제 불황으로 선박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일본 정부는 생산설비를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78년 61개였던 조선사는 1988년 26개사로 줄었고 도크 수는 138기에서 47기로 급감했다.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 대학 내 조선학과 역시 모두 사라졌다. 정부가 시장을 믿지 않고 직접 개입하면서 국가의 알토란 같은 산업군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 시장에 맡기기보다 지나칠 정도로 간섭을 통해 시장을 다스리려고 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내내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고 이명박 정부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 역시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과 7·24 후속조치, 8·28 전월세 대책 등 굵직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부작용은 컸다. 집값이 급락하거나 급등을 반복하면서 시장은 어그러졌다. 부동산은 아직도 정부의 골칫거리다.


문제는 시장은 결코 정부의 입맛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개발경제시대의 ‘큰 정부 작은 시장’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고집하며 규제의 칼날을 휘두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시장개입을 노골적으로 일삼고 있는데 이제 그런 시대를 청산할 때가 됐다”며 “시장과 기업의 활기찬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경제적 자유 없이는 퀀텀점프(대도약)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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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개입은 과감한 투자도 위축시키고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도전이 줄어들면서 경제도 활력을 잃어가게 되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정부의 규제가 높아지면서 한국 시장의 기업가정신 수준이 수년째 정체 상태다. 세계 기업가정신 발전기구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에서 137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경제규모가 더 작은 칠레(18위)나 에스토니아(23위)보다도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회원과 비교해도 중·하위권인 23위에 불과하다. 졸탄 액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한국의 기업가정신 수준은 울퉁불퉁한 바퀴처럼 망가진 상태”라며 “기업을 규제하려는 정부, 그리고 반기업정서가 지속된다면 한국 기업은 이전과 같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경제 활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시장을 믿고 규제의 칼날을 놓아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규제 품질을 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해도 국내총생산(GDP) 1.2%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 완화가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장품이다. 정부는 2012년 화장품법을 개정하면서 사용 가능 원료 목록을 폐지하고 금지 원료만 지정하는 ‘네거티브 규제 개혁’을 도입했다. 최소한의 규제 가이드라인만 설정하고 시장에 맡긴 것이다. 그 결과 법 개정 이전에 9,780억원에 그쳤던 화장품 수출은 4년 만인 지난해 4조7,800억원으로 5배가량 급성장했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화장품법 개정은 경우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시장경제 질서가 제대로 작동했다”며 “시장을 믿고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한다며 경제는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197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였던 영국은 규제 완화와 시장 친화 주의를 내세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등장하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축소하고 시장 친화적 경쟁 질서를 구축해나갔다. 개인의 자유와 민간기업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1980년 18%였던 소비자물가가 1986년 3%로 하락했다. 대처 총리 집권 11년 동안 GDP는 23.3% 증가했고 일자리도 33.3%나 늘었다. 편제범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특정한 목표를 위해 사안별로 시장에 개입하려는 간섭주의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한다”며 “어느 정부든 시장을 믿고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만 경제는 살아나고 민생이 안정된다”고 충고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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