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컨트롤타워 붕괴...'관리의 삼성' 어디로

<창립 79돌 기념일에 본 '씁쓸한 자화상'>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략·인사·성과보상 등

불확실성 갈수록 고조

계열사별 혼선에 몸살





삼성이 창립 79주년을 맞은 22일 삼성 각 계열사 사내방송 어디에서도 삼성그룹 창립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삼성은 그동안에도 대규모 창립행사는 하지 않았지만 특집방송 등을 통해 창립기념일을 내부에서 기념했다. 삼성그룹 방송 콘텐츠를 계열사에 제공하던 사내방송 SBC가 그룹 해체와 함께 사라진 후 각 계열사는 사내방송 자체를 줄이고 그룹 콘텐츠를 제외한 계열사별 방송만 내보내고 있다.


삼성의 핵심 인재로 꼽히던 미래전략실 임원들 역시 여전히 보직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미전실 업무 인수인계 등을 진행하는 일부 임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할 일 없이 사무실 빈 책상을 지켜야 하는 신세다. 계열사별 주주총회 이후 이달 말 이들이 보직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대규모 임원인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보직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나돈다. 인사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직 내부는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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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으로 칭송받던 삼성이 그룹 해체 이후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략·인사·성과보상·채용 등 조직을 지탱하는 핵심 업무들이 모두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계열사별로 혼선이 커지고 있다. 당장 직원들의 연말 성과급부터 어떻게 지급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에는 그룹과 계열사가 한 해 목표치를 협의하고 목표치를 넘어서면 그중 일부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구조였다. 실적이 좋은 일부 계열사나 사업 부문에 지나치게 성과급이 쏠리는 현상을 그룹 차원에서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목표치를 협의하거나 계열사를 평가할 주체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조직 운영의 핵심인 성과보상 체계가 정립되지 않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 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누가 뭐라고 기준을 정해준 것도 없고, 방침을 정해줄 곳도 없어 다들 뭘 해야 될지 답답해한다”며 “심지어 사장단협의체를 통해 최소한의 의사를 조율하려는 모습도, 회의를 건의하는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상반기 마지막으로 그룹 차원에서 채용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하반기부터는 채용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불확실하다. 계열사별 채용을 한다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굳이 유지해야 하는지, 신입사원들에게 그룹과 관련한 교육은 아예 시키지 않을 것인지 등 모든 게 불분명하다. 특히 일부 계열사들은 삼성의 그룹 로고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실적과 내부의 분위기 사이에 온도차가 큰데 내부는 말 그대로 앞이 깜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홍우·김현진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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