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키에 스캔들’의 중심에 선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에 제대로 발목을 잡혔다. 아베 총리 부부를 둘러싼 폭로가 연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계에서는 이번 스캔들이 자민당 총재 교체로 이어지는 ‘모리토모 정변’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23일 NHK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의혹의 핵심인물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이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정치적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리토모학원이 지난해 초등학교를 설립하겠다며 오사카시 국유지를 감정가 9억5,600만엔의 14% 수준인 1억3,400만엔에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정치권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또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로부터 “‘아베 총리가 드리는 것’이라며 100만엔을 기부받았다”고 증언, 이번 스캔들과 아베 총리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아베 총리의 기부금 출연 의혹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아키에 여사가 강연을 위해 재단 유치원을 방문해 기부금을 건넸다며 “아키에 여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게는 명예로운 일이어서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키에 여사에게 강연료로 건네고 이런저런 일을 상담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수차례 관련 의혹을 부인해온 아베 총리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 아베 총리는 스캔들 연루가 사실로 드러나면 총리와 국회의원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 학원에 나와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연관돼 있지 않다고) 이전에 설명했다”며 가고이케 이사장의 증언을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폭로가 이어지며 고공행진을 벌여온 내각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달 들어 실시한 주요 언론사 8곳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모두 하락했으며 요미우리신문(56%)과 교도통신(55.7%)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이전 조사 대비 10%포인트와 6%나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정권을 받쳐온 내각 지지율 급락이 아베 총리의 총재직 낙마로 이어지는 ‘정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 파벌 간 경쟁구도가 약한 상황이라 실제 정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