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개표 결과 유출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표 결과 내용이 한 건이 아니라 여러 버전으로 나뉘어 여러 건이 시중에 배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마땅한 책임소재 규명 및 재발방치 대책이 없어 당 지도부가 고심 중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중에 나돌고 있는 민주당 경선 개표 결과(추정) 문건은 1만명 중간개표 버전, 3만명 중간개표 버전 등으로 서로 다른 버전의 문건이 나뉘어 돌고 있다. 해당 문건은 각 경선후보 측을 대표하는 참관인들이 개표 현장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당 측은 해당 문건의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즉각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향후 조사 결과에서 범죄 행위가 밝혀지면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표 결과 유출 경위와 책임자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이번 개표 결과 추정 유출 문건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기 때문에 사이버망 역추적 등의 사법권이 없는 개별 정당 내 조사조직으로서는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유출 사태에 어느 특정 개인이나 특정 후보 진영이 아니라 복수의 후보 진영에서 다수의 관계자가 책임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모처럼 200만명 이상의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해 열기가 고조된 당의 경선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자칫 진상조사 결과가 민주당 스스로 목을 옭아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각 경선후보 진영은 개표 무효 주장이나 보이콧과 같은 초강수는 자제한 채 당 지도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선에서 유야무야 하려는 분위기다. 경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당 선관위가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당 대표의 사과와 함께 당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주문했다.
또 다른 경선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은 한층 신중한 입장이다. 문 전 대표 측의 황희 의원은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유출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개표 결과가 호남 순회경선에 불리하게 미칠 것으로 생각한 두 후보(안 지사, 이 시장) 측 캠프가 추후에 공개하자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상대 후보들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