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가짜뉴스 거르는 三表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대선 코앞 범람하는 가짜뉴스

'本·原·用' 확고한 기준 세워

시민 스스로 진위 판별하고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요즘 가짜뉴스와 관련해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을 뽑은 미국은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았다. 예컨대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 신자를 상대로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선언하다”나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 할리우드가 충격에 빠졌다” 등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가짜뉴스가 과거에도 기승을 부렸던 유언비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는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스스로 사실의 형식을 취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거짓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반면 가짜뉴스는 철저하게 진짜 뉴스의 형식을 빌리고 그 형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가짜가 진실이라고 믿기 쉬운 함정에 빠져든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말라며 교황을 끌어들이고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위해 로버트 드니로를 끌어들인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의 형식을 빌려 교황과 드니로가 일반 대중에게 갖는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교황과 드니로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가짜뉴스의 정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단순히 거짓이라는 점만이 아니라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는 탄핵 국면에서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대선은 과거 대선에 비해 기간이 짧은 만큼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상상 이외의 파급 효과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가짜뉴스가 가짜로 밝혀지기 전에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진실로 믿고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민심과 표심의 불일치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검찰과 경찰,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를 막기 위해 우선 처벌 강화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확산된 가짜뉴스의 민심 왜곡까지 시정할 수는 없다. 결국 시민이 뉴스의 진실을 제대로 판별해 가짜와 허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을 치유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묵자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주장을 내놓아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더욱더 혼란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국면을 우려했다. 자칫하면 가치 상대주의에 빠져 어떠한 기준도 존중되지 못하는 무규범의 상황에 이를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준이 없으면 움직이는 물레 위에서 어느 쪽이 동쪽이고 어느 쪽이 서쪽인지 정확하게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와 같다고 봤다. 그는 주의 주장이 타당한지 알려면 세 가지 검증 기준, 즉 삼표(三表)가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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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과거 성왕들에게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살피는 본(本)이다. 둘째, 일반 백성들이 믿고 따르는지 따져보는 원(原)이다. 셋째, 어떠한 실제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따져보는 용(用)이다. 요즘 말로 하면 본은 근거, 원은 신뢰, 용은 실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묵자는 적어도 이 세 가지 검증 기준을 통과해야 어떤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종종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목소리가 크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법정에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실이 되지 못한다. 이처럼 묵자는 증거 없는 주장은 개인적인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면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다고 봤다. 묵자는 이렇게 보편타당한 기준을 제시해놓고 보편과 공정성이 담보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묵자의 삼표를 준용해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진위를 판정한다면 가짜뉴스는 더 이상 현실에 발을 붙이지도 못하고 민심과 표심의 불일치를 조장하지도 못하며 오히려 거짓의 생산과 유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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