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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무한한 상상'...SF가 그리면 현실이 된다

<SF의 힘-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

■고장원 지음, 추수밭 펴냄

28년전 영화 '백투더퓨처2' 예언

3D영화·음성인식기술 등 현실로

SF, 과학자 자유로운 사고 도와

첨단기술 개발 영감 원천 되기도







2015년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했던 SF(Science Fiction) 영화 ‘백 투 더 퓨처 2’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의미 있는 해였다. 이 영화에서 그려진 미래가 바로 2015년이었던 탓이다. ‘백 투 더 퓨처 2’가 상영된 해가 1989년이니 26년 뒤 미래에는 비행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일반 가정에서 쓰레기를 즉시 연료로 변환해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믿을 만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소개된 갖가지 미래상은 3D 영화나 음성인식기술처럼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상상에만 머무는 것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 투 더 퓨처’의 예언이 적중했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상력과 통찰력을 심어주었느냐는 것이다.

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 작가 겸 평론가인 고장원 작가는 ‘SF의 힘’에서 SF를 ‘사고 실험실’로 정의한다. SF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물론 이를 실현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기술의 상용화에 앞서 과학자의 머리 속에 1차 회로도를 그리는 역할을 한다. 인력이 아닌 기계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1869년 쥘 베른이 발표한 ‘해저 2만리’에 소개됐고 조선 기사 사이먼 레이크는 이를 바탕으로 1894년 잠수함 시리즈를 개발했다. 1932년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린 인간복제기술은 64년 뒤 복제양 돌리로 현실화됐고, 1945년 인공위성 3개로 지구를 둘러싸면 지구촌을 대상으로 통신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던 아서 C. 클라크의 상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상상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를 글로 옮기는 데도 고작 잉크와 종이가 들 뿐이다. 그러나 상상의 결과물은 엄청나다. SF 예찬론자인 일런 머스크는 SF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고 전기차 혁신은 물론 왕복운행이 가능한 우주선 개발로 우주 혁신까지 이끌고 있지 않은가.



SF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인간’을 창의적으로 성찰한다. 곧 닥칠 미래에 인간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고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찾아가게 하는 지도인 셈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유발한 부조리와 모순을 미래라는 가상현실에 대입해 곱씹어 보는” SF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예기치 못한 후폭풍은 정작 과학의 연구대상이 아니다”라며 “과학소설은 인류가 낳은 기술문명을 돌아보는 거울로, 밥값을 능히 한 문학 장르”라고 소개한다. 알파고-이세돌 대국 이후 ‘슈퍼지성체’에 공포심을 느낀 인류에게 지능, 완력 등 모든 것에서 인간을 앞서는 기계지성의 인격을 존중하고 투표권은 물론 생명의 존엄성을 똑같이 존중해주는 상생의 유토피아를 그린 이언 M. 뱅크스의 ‘컬처 시리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정보의 독점에 대한 경각심조차 없던 시절 스티브 잡스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를 차용한 60초 광고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테크놀로지의 민주화’만이 빅브라더의 출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된다면 인류는 행복할까. 음식이 사라지고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알약이 식사를 대체한다면 인류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인간은 휴머노이드와 사랑할 수 있는가. SF는 미래를 무대로 하지만 현실의 우리를 거울처럼 비추며 이 같은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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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다고 믿었던 미래가 현재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 SF의 생명력은 이어질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SF란 하루하루 변하면서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과학이란 열차에 타고 있는 인간을 순간포착해서 카메라로 찍은 다음 인간학적인 해석을 덧붙여 놓은 해설서다. 과학은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과학 소설 역시 관찰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인류 스스로 과학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한 과학소설이 던지는 문제 제기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통찰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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