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의 잃어버린 43년이 전파를 탔다.
얼마 전 대구에 사는 나영숙(가명) 씨에게 뜻밖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법원이 영숙 씨가 살고 있던 집을 강제로 경매에 넘길 예정이라는 것이다. 강제 집행의 이유는 영숙 씨가 6억 원이 넘는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편물에 적힌 채권자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영숙 씨의 아버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다. 2009년 법원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불과 2년 후인 2011년, 대법원에서 지급된 국가배상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 판결에 따라 국가는 ‘부당이득금’을 내놓으라며 피해자들에게 반환 소송을 건 것이다. 그 결과 배상금의 65%를 미리 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줘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 정권을 붕괴하고 전복할 목적으로 인민혁명당을 만든 뒤 대학생들을 선동한 간첩들을 처단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 사건이다. 당시 구속됐던 25명 중 주동자로 지목됐던 8명은 사형, 가담자 17명은 무기 및 유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이 가족을 만날 권리도, 변호인 접견권도 박탈한 채, 형을 선고한지 20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2007년과 2009년,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은 사형수 전원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관련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5명의 억울함이 33년 만에 풀린 것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인 강창덕 할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은 평생 ‘간첩’과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왔다고 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큰 소리 한 번 낼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국가배상금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였다.
그런데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걸었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유신체제 하에 벌어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다.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방송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