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선제적 특수전 엄포 왜?] 5차 핵실험·ICBM 발사 명분 축적용…한미연합 독수리훈련 대응 차원일수도

F-35B 스텔스기 특수훈련에 위협 느낀 듯

北, 병력 많아도 장비 없어…해상침투는 가능

충성 경쟁으로 일선 부대 우발적 도발 위험

북한이 26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를 통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선제적인 특수작전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놓고 군사전문가들은 두 가지 배경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한미 양국이 연합해 벌이고 있는 독수리훈련에 직설적으로 대응하는 ‘눈에는 눈’ 차원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이 ‘최고 존엄’으로 부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 해병대의 F-35B 스텔기 전투기의 폭격 훈련과 미 본토에서 날아와 화학전 상황에서 공중강습 병력으로 화학무기 공장을 습격한 ‘워리워 스트라이크’ 훈련은 유사시 한미 양국이 김정은 제거작전을 펼치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해석돼왔다. 이를 감안한 직설적 대응이라면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이 전술적·전략적으로 대북압박 효과를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목적의 발언이 됐든지 관건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선제적 특수전을 가할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국방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북한은 아직 자신들의 협박을 실행에 옮길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세계 최대규모인 15만~20만명의 특수전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전개 수단, 즉 첨단 침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바다를 통한 대남침투의 여지는 있어 우리 군 당국의 경계가 한층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제인연감에 따르면 90척 이상이라는 잠수정 세력을 통한 해상 침투를 예상할 수 있다”며 “북한이 선제 특수전을 발표한 이날이 천안함 도발 7주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실행에 나선다면 우리는 대응할 수 있을까. 북 잠수함과 잠수정이 낡고 소음이 심해 대잠 라인을 완전 가동하면 대응이 어렵지 않지만 북 잠수정 숫자가 워낙 많아 허를 찔릴 수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북 도발의 예측 불가능성. 두 가지가 우려된다. 첫째는 제3국 관광객이나 탈북자로 위장한 후 내부 봉기 형식으로 도발할 가능성. 대응이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최고 존엄’에 대한 과잉 충성 경쟁으로 지도부의 의사와 달리 일선 부대급에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졌다.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부분적 도발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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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이 이번 협박에 사용한 ‘용어’다. 북한이 ‘선제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선제적 특수작전’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도 처음이다. ‘선제적’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우리 군이 주로 써왔다. 북한의 기습에 방어해야 하는 입장인 우리 군이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먼저 공격하겠다’는 의미로 지난 2008년 이후 활용해온 용어다. 공세적 입장이던 북한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반도 긴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이 특수전의 목록에 탄도탄 발사까지 포함시킬 경우 여러 형태의 도발이 한꺼번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상 침투와 탄도탄 발사 등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속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안도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상황, 즉 전투 대응태세가 고조된 가운데 도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독수리훈련은 오는 4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북한을 자극한 F-35B 스텔스 전투기의 훈련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일촉즉발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의 배경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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