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그니처캐슬’을 포함해 여러 브랜드를 검토 중이다. 롯데건설은 기존 ‘롯데캐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브랜드를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가 발전하면서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어, 일반 브랜드가 아닌 희소성 있는 브랜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이 준비중인 희소성 있는 브랜드는 특히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운 강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건설은 최근 시공사로 선정된 ‘대치2지구 재건축 사업장’수주전에서 주민들에게 새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였다. 현대건설(000720)의 경우 지난 2015년 12월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새로 만들었으며, 강남 개포주공 3단지에 처음으로 디에이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대건설은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단지에만 디에이치를 붙일 예정이다. 이외 대우건설(047040)은 2014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사용하고 있으며, GS건설(006360)은 ‘그랑자이’, 대림산업(000210)은 ‘아크로’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또 한화건설의 경우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갤러리아 포레·팰리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크로는 애초 고급주상복합아파트를 위한 브랜드로 시작됐다”며 “이후 강남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아크로를 선호하면서 강남 수주전에서는 아크로를 적극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가 사는 곳은 특별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욕망이 건설사들의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 반대로 건설사들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 대해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아파트 브랜드가 사람들의 세속적인 욕망의 성취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부터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도입된 것은 아니다.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사태 이후 아파트 수요가 항상 공급 보다 많았던 생산자 중심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면서 건설사들도 타사와 차별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 도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당시 설계 기준이 중심선설계(벽의 중심에서 벽의 중심 간의 거리를 재서 면적을 계산하는 방식)에서 안목치수설계(벽 끝에서 벽 끝까지의 거래를 재서 면적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보다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짐에 따라 건설사들이 차별화를 위해 브랜드를 도입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브랜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는 최근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는 이유와 같지만 지금처럼 소비자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지는 않았다.
한편 아파트 브랜드의 시초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과 삼성물산(028260)의 ‘래미안’이 한국에서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누가 최초인지에 대한 논란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처음으로 브랜드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는 대림산업이 2000년 2월에 선보인 ‘용인보정e편한세상’이지만 삼성물산이 1999년에 상표권 등록을 먼저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