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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스' 이하나, "'사람-연기 욕심' 얻은 작품…현장이 마치 학교 같았죠"

‘이 배우는 이럴 것이다’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만, 출연 작품이 주는 잔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또한 사실. 본 기자 역시 배우 이하나를 떠올리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린 ‘메리 대구 공방전’ 속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웠던 이미지부터 생각했다.

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하지만 실제 만난 이하나는 그동안 생각해왔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편하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털털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내뱉는 단어와 말끝 하나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할 줄 아는 차분한 면모를 보였다. 어쩐지 ‘보이스’ 속 강권주와 참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일부러 일정을 빨리 당겼어요. 빨리 ‘보이스’ 얘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아니다 싶으면 포기도 빠른 편인데 ‘보이스’는 어떤 힘이 있는지 끝까지 지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이하나는 절대 청감 능력을 가진 112신고센터장 강권주를 맡아 각종 사건과 사고와 사투를 벌였다. 처음 도전한 장르물에 온 기력을 소진했을 법한데도, 대화 곳곳에 이 작품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묻어났다.

“촬영할 때 마음이 불편하면 종종 악몽도 꾸는 편인데 이번에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이 작품은 제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은 것 같아요. 사람도 얻었고 연기를 더 배우고 싶은 마음도 얻게 됐죠. 현장이 저에게는 마치 학교 같았어요. 감독님이 선생님 같고 현장이 교실 같았죠. 그 안에서 매 순간이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캐릭터와 함께 좋은 결과 속에 종영하기는 했지만 사실 장르물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배우로서 준비하고 감당해야할 부분 역시 크다. 여기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만큼 이하나의 머릿속에 물음표만 한 가득이었을 터. 하지만 그는 대본을 보고 바로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112신고센터라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거기에 사연을 가진 두 주인공이 대립관계에서 시작해 점점 벽을 허물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궁금했죠.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작가님이 가장 좋은 에피소드들만 써주신 것 같아요. 결말 역시 가장 최선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마지막 회는 방송 3분 전에 완성본이 전달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모두들 끝까지 노력해준 덕분에 잘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분명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사실적이고 잔인한 묘사로 점철된 ‘보이스’였기에 이하나 역시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다.


“트라우마도 있었고 일의 농도도 정말 진했어요. 그래서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거나, 세트장 근처 숙소에 엄마랑 강아지를 불러서 먹을 걸 잔뜩 진열해놓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그런 해소들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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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와 사투를 벌였다”고 표현할 만큼 방대한 대사와 직면했을 뿐 아니라 절대 청감 능력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을 소화해야 했던 이하나는 감독님이 추천해준 영화 ‘시카리오’와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OST를 들으며 차츰 인물에 접근해 나갔다. 음악이 주는 쓸쓸한 초저녁 같은 차갑고 고요한 느낌이 참 많이 와 닿았다고.

특히, 장혁과의 만남은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대본이 하나라면 열까지 준비하는 분이세요”라고 밝힐 만큼 대사부터 액션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장혁의 모습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제가 오빠와 재회하는 장면을 찍을 때 오빠 눈빛이 너무 강해서 시선을 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빠가 시선 피하지 말고 다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잠시 후에 다시 얘기하시죠’라는 대사를 할 때도 오빠는 거기에서 본인을 1, 2초 정도 더 응시하고 가라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참 대인배라고 생각했어요. 본인 것만 생각하시는 게 아니니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 ‘아니야 네가 잘해야 내가 살아서 그런 거야’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날리는 분이었어요. 핫팩이 떨어지면 항상 챙겨주시고(웃음)”

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배우 이하나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오훈 기자


이하나가 연기한 강권주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가 가진 청력 이외에도 권력의 부조리에 맞서는 투철한 직업의식도 한몫했다. “경찰은 원래 나쁜 놈 잡으라고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상사에게 일갈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넘어 뭉클함마저 선사했다.

“저도 그 장면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신에 준비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멀리 있는 펜션에서 촬영하고 넘어와서 바로 그 장면을 찍는데 컨디션도 안 좋고 몸도 안 따라주니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실제로 그 장면을 마친 뒤에는 아쉬운 마음에 대기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결국 남아있는 아쉬움도 ‘보이스’에 대한 깊은 애정의 반증이었다. 때때로 뮤지션으로서도 활동해 온 이하나가 지금 당장 기타만 있으면 1박 2일 동안 안 나올 수 있다고 표현할 만큼 촬영장 곳곳에서 음악적 영감까지 얻었다. 이하나가 ‘보이스’를 선물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를 통해 이하나라는 배우를 선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칠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연기에 대한 숙제, 애정을 얻은 작품이에요. 한편으로는 빚을 진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그 부분까지도 고맙더라고요. 해야할 일이 주어진 것 같아서.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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