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탈출구가 없는 협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사채에 대한 원리금 일부 상환 보장을 내세우는 이유도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기도 하다. 2조원의 선수금 환급보증(RG·배를 짓는 동안 선주에 주는 보증)을 떠안은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국가 경제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동의하지만 최소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분담금을 정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6일 국민연금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주주로 들어오라는 것은 돈을 갚지 못하니 같이 살자는 논리”라며 “최소한 대주주가 감자를 해 주식을 줄여주고 구조조정 고정을 거쳐 1년 뒤에는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들은 오는 4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 동의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감자 등 대주주 책임에 대한 문구는 단 한마디도 없다”며 “당장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원리금의 일부라도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채권자들은 분식회계 이후 발행된 회사채에 대해서는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일부만 회사채 원리금 상환을 보장하면 다른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반발해 소송을 벌일 것”이라면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대주주 감자 역시 산은은 지난해 12월 10일 소각과 감자로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당시 산은은 지난 2015년 12월 유상증자 이전 유한 주식 6,000만주를 전량 소각하고 유상증자 이후 보유한 주식을 소액주주와 함께 10대1로 감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RG를 추가로 떠안는 방식으로 2조원(17억5,600만달러) 규모를 국책은행에 앞서 지원하는 시중은행은 산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분담 기준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산은이 시중은행의 RG분담 기준선을 2015년 6월29일로 잡으며 현재 RG잔액이 없는 우리은행이 잔액이 있는 은행보다 더 많은 지원금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2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RG잔액은 농협은행이 9,07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3,704억원, 신한은행 2,031억원, KEB하나은행 1,107억원순이다. 이번에 투입되는 RG 지원 분담액은 기존 잔액 1·2 위인 농협은행(1조60억원)과 국민은행(4,569억원)이 가장 많이 낸다. 문제는 3,046억원으로 신한과 하나보다 많은 지원금을 내는 우리은행이다. 산은이 기준점을 잡은 바로 다음날 우리은행은 배를 인도하면서 2억7,000만달러에 달했던 RG 잔액 대부분이 꺼졌고 두 달 후 8월 나머지 한 척도 인도되면서 RG잔액이 모두 소진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관산업을 살린다는 명분에 따라 지원에 동의하지만 국책은행이 기준일을 어떤 근거로 정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준 논란으로 지원 명분이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 관계자는 “RG지원금을 분담하는데 시중은행이 크게 이견을 빚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김보리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