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리츠(REITs)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도 10개월째 응답이 없어 리츠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를 전제로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하면서 리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골자는 리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시 리츠 출자에 대한 신용위험계수를 낮추는 것이다. 현재 부동산의 경우 RBC 산정 시 신용위험계수를 4~7.5%로 적용하지만 리츠는 12%로 적용한다. 부동산과 달리 리츠는 부동산이 아닌 리츠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보험사의 리츠 투자에 대한 신용위험계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하고 이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보험회사가 임대주택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리츠 출자에 대한 신용위험계수를 기존 12%에서 7.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규제는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 부처 간에 합의가 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변경과 관련된 실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츠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는 주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재 감독 체계에서는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태도에 리츠 및 금융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무투 회의는 대통령 보고까지 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에 부처끼리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은 안건에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까지 입장을 바꿔버리면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는 물론 현재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건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1호 사업지로 추진 중인 인천 청천 2구역의 경우 규제 완화를 전제로 5곳의 보험사가 지분 출자를 했으나 금융당국의 조치가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이처럼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도 뒤늦게 관련 내용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RBC 산정 시 적용되는 신용위험계수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리츠 관련만 따로 떼어 완화하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정부가 약속한 부분이니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며 “리츠의 경우 회사에 투자하는 형태로 돼 있다고 해도 기초자산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다른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와 같이 보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