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해 신도시와 택지지구에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수 년 간 지속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며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 기업이 돼가는 모습이다. 자칫 이들 사업자가 경영난으로 가동을 중지하게 되면 수백만 명이 사는 신도시와 택지지구에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활로 못 찾는 집단에너지 사업…24개 업체 적자=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 36곳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4개 업체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2014년 25개, 2015에도 23개 사업자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적자 규모도 업체당 65억원 정도로 난관에 봉착했다. 2014년과 2015년 2년 동안 340억원 순손실을 냈던 별내에너지는 올해도 적자가 유력하며 대륜발전과 청라에너지 역시 3년 연속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를 팔려고 내놔도 시장에선 찬밥신세다.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최근 매각이 불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정관에너지나 현대에너지 등도 인수자를 찾고 있지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에 발전중단 위기…피해는 소비자 몫=문제는 이들 열병합발전소가 경영난에 가동을 중단한다거나 파산할 경우 그 피해는 일반 시민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2년 약 2만5,000명이 거주하는 양주고읍지구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경기CES는 도시가스요금 69억원을 연체하면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다행히 주주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이 연료비 지급을 보증해 중단 사태는 면했지만, 자칫 대규모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최근에는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에 열을 공급하는 인천공항에너지가 기존 사업장 외 추가 개발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정부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시설에 대한 수익도 불투명한 가운데 4만여 가구에 열을 공급하는 추가 시설을 짓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1만여 가구는 열병합발전이 적용되지만, 앞으로 입주할 4만여가구는 개별도시가스 난방시설을 따로 설치해 비용 부담이 늘게 됐다.
◇전력 수요 예측 잘못…생산단가 현실화 우선=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전력 수요 예측 등 에너지 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생산하는 열과 전기의 판매가격도 너무 낮다는 불만도 높다.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 판매 가격은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의 판매가 기준으로 10%를 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한난이 열원으로 사용하는 저가열원(소각열 등)의 경우 천연가스보다 25% 생산원가가 적은 것으로 본다. 전기 판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열병합발전소는 발전원가가 ㎾h당 120원이지만 현재 평균 전력도매단가(SMP)인 90원에 팔아 생산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환경적인 비용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요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은 에너지효율이 30% 더 높고 인구 밀집 지역에 세워져 송전 리스크가 없으며 온실가스나 아황산가스, 미세먼지 발생 등이 적다”며 “기존 발전보다 10조원 가량 경제적 환경적 편익이 예상되는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