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도입해 시행문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발령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후속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28일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은 환경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과 협의해 만든 것인데 아직 이견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한국대기환경학회 등과 추가로 논의한 뒤 요건 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15일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수도권 738개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와 사업장·공사장 조업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저감조치는 서울과 인천(강화·서부·동남부·영종), 경기(남부·중부·북부·동부) 등 수도권 9개 경보권역 가운데 한 곳 이상에서 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90㎍/㎥ 2시간 초과)된 날, 당일(0~오후4시) PM2.5 평균 농도가 나쁨(50㎍/㎥ 초과) 이상이고 다음날 3시간 이상 매우 나쁨(100㎍/㎥ 초과)이 예보되면 발령된다.
환경부가 제도를 도입한 뒤 단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조치의 요건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는 날은 1년에 많아야 1회 정도다. 2015년은 단 하루가 이 요건에 해당했고 2016년에는 단 하루도 없었다. 최근 5일간(17~21일) 이어졌던 미세먼지 대란의 한가운데 날인 19일은 두 요건을 모두 만족시켰지만 나머지 한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환경단체는 발령요건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단체 소장은 “2년에 1번 실시되는 한정된 차량 2부제로는 정책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다음날 미세먼지가 나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 다른 요건을 따지지 않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특히 “차량 2부제 대상을 전체 차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편에서는 국내 미세먼지의 30~80%를 중국발 요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차량 2부제 등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의 유발 요인은 중국발·공장발·차량발 등 다양하다”며 “유발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로 차종과 무관하게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것은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득보다 국민 불편 초래라는 실이 크며 근본책도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