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에서는 홍길현(심희섭)이 간통한 부인을 남편이 벌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신들 속에서 꿋꿋이 연산군(김지석)에게 소신을 전하며 극에 새로운 전환점을 선사했다. 이 일로 동료 조정학(박은석)이 체직(벼슬을 갈아냄) 당했기 때문.
무사히 암행길을 마치고 정학을 만난 길현. 정학에게서 정준부라는 남자가 간통한 아내를 죽인 죄로 그 아내의 친정아버지에게 발고 당했지만, ‘간통한 아내를 죽인 것은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살인자를 벌 줄 수 없다니. 자네도 골치가 아프겠어”라며 아내를 죽인 정준부에게 죄가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동시에 정준부를 발고한 김덕형의 청에 보복을 도와줬던 홍길동(윤균상)은 그가 관아에 자신의 이름을 내뱉기 전, 미리 손을 썼다. 정준부의 아내를 투기했다는 이유로 사약까지 받고 죽은 폐비 윤씨와 연결시킨 것. 활빈정에 초대받았다가 이를 들은 연산군은 다음 날, 대신들에게 정준부일에 관해 논해 보라 명했고 아내를 죽인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에 폐비를 떠올리며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하오나”라며 입을 연 길현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아내 김동이 이미 죽어 참으로 남편을 배신했는지 알 수 없지 않사옵니까? 헌데 아내를 죽인 후에 그 아내가 투기하였다, 간음하였다 하여 빠져나간다면, 죽은 아내의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하겠나이까?”라며 생각을 밝힌 것. 기다리던 답을 들은 연산군은 “계속하라”며 화답했고 길현은 “이번만은 정준부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시어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소서”라고 고했다. 짧지만, 긴장감 넘치는 심희섭의 연기로 몰입력이 폭발한 1분이었다.
아버지 아모개(김상중)를 떠올리며 그의 원수이자 왕족 충원군(김정태)의 국문을 강력 주장했고, “한성부 서윤 조정학이 정준부의 죄상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고 외려 딸을 잃은 김덕형만을 심문하고 있다”고 고하며 서원 동문이자 참봉부인 박씨(서이숙)의 아들인 정학을 체직 당하게 만든 길현. 이처럼 중요한 순간마다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길현의 1석 2조 플레이에 기대가 더해지는 이유다.
“위를 능멸하는 것은 악”이라는 스승 송도환(안내상)의 말에 동화되는 듯했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던 조선 시대에서 남편이 아닌, 부인에게 초점을 맞추며 억울한 죽음을 풀어내려 한 길현. 암행을 다니며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그가 몇몇 고을에서 백성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