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는 ‘비정규직의 눈물’ 편이 전파를 탄다.
지난해 1월 한 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인천의 한 공장에서 근무를 하던 그는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눈앞이 컴컴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는데 특별한 징후도 없이 맞닥뜨린 실명에 담당 주치의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같은 날, 목동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여성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그녀는 눈이 안 보이는 것은 물론 뇌손상으로 인해 자가 호흡도 곤란한 상태였다. 같은 날 발생한 충격적인 사고! 건강하던 젊은 청년들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연히도 한날 쓰러진 이들은 서로 다른 휴대폰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된 보호 장구도 없이 하루 12시간 노동을 했다는 이들은 시신경에 치명적인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까지 이르렀다. 원칙대로라면 안전한 에탄올을 사용해야 될 작업에서 업체는 원가 절감을 이유로 에탄올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공업용 메탄올로 작업을 지시했던 것이다.
사고 직후 메탄올 사용 업체를 단속하겠다던 노동부의 발표가 무색하게 같은 업체에서 1달 뒤 똑같은 실명사고가 발생했다.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 열악한 처우 속에서 ‘안전할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근 5년간 30대 대기업 원청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사망자 86%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지난해 노동부 월평균 임금 조사 결과 정규직 362만 원, 비정규직 146만 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차이는 215만 원이었다. 정규직 임금은이 비정규직 임금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비정규직의 염원인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A씨. 매년 정규직 채용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상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는데. 비정규직 근로자는 인사 추천권이 있는 노조 위원장에게 적게는 2천만 원에서 많게는 7천만 원까지 상납해야 비로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
지난 16년 2월, 대기업 C회사의 노조 위원장과 얽힌 ‘정규직 매매’가 세간에 알려지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사측 간부까지 정규직 매매에 연루되어 있었으며, 밝혀진 상납 금액만 무려 11억 원에 이르렀다.
정규직 매매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운수업계에서도 오랜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운수 회사에서 1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는 촉탁직 직원인 B씨는 매년 계약 연장 시기가 오면 3백만 원에서 많게는 5백만 원까지 상납하며 촉탁직을 유지했던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금품 상납부터 10년째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맺기까지.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받으며,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PD수첩’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업주가 함께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 본다.
[사진=MBC ‘PD수첩’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