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돼지뼈' 예견된 해프닝…

해수부, 인양과정 유해수습전문가와 협의 안해

‘돼지 뼈 해프닝’을 일으킨 해양수산부가 최근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유해수습 전문가와 단 한 번도 상의하지 않고 자문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해수부와 학계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작업에 유해발굴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지난해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두고도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유해발굴 전문가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해수부가 시신수습과 관련해 자문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해왔지만 그 후 (해수부가) 자문을 받으러 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시신수습 전문가로 30년 이상 현장에서 유해를 발굴한 이력을 갖고 있어 해수부가 유일하게 자문을 요청한 인물이다.

자문위원 위촉하고도 활용 없어

유해 발견돼서야 긴급 방문 요청

“유해 관리·유실 방지망 등 부실”




해수부는 지난 7개월 동안 박 교수에게 연락하거나 자문을 구하지 않은 채 인양을 진행했고 유해가 발견된 지난 28일에야 박 교수에게 급히 진도 방문을 요청했다. 박 교수는 “유해를 여러 사람이 만지면 DNA가 섞이거나 녹을 수 있어 유골은 반드시 상포지를 깐 박스에 하나하나 옮겨 담아야 하는데 해수부 관계자들이 이렇게 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교수의 명예나 실력을 봤을 때 현장에서 수색하도록 하는 게 실례라고 판단해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위주로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인 식별을 전담하는 감식기관인 국과수에는 현재 유해발굴이나 수습인력이 없는 상태다.

2㎝ 유실방지망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해수부는 6개의 뼈가 뱃머리 쪽 개구부와 창문에서 배출된 펄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뼈가 빠져나온 선수 쪽 유실방지망 간격은 2.5㎝로 고고학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4~5㎜보다 2배 이상 크다. 유해발굴 전문가인 김희진 연세대 해부학과 교수는 “손가락뼈 크기는 1㎝ 안팎이며 부식된 치아는 10~13㎜에 불과하다”며 “최악의 경우 (유골 일부가) 이미 쓸려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치아는 머리카락·근육 등이 남아 있지 않은 해저 사체에서 개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물이다.

해수부 “국과수 직원 상주 예정”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할 때까지 국과수와 해경 직원이 각 1명씩 반잠수식 선박에 상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가족과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이제라도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구체적 매뉴얼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유해 수색방침 수립 △수색 중 뼈를 밟지 않도록 사전조사 진행 △신발 등 유류품 철저히 수색 △감식실과 분석실 설치 등을 제안했다. 28일 416가족협의회도 “이제라도 263개 개구부에 5㎜ 간격의 유실방지망을 설치하고 선박 위 유류품 일체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