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중·일 'LNG 구매자 OPEC' 추진

3국 전세계 LNG 절반 이상 수입

협상력 높여 구매조건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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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절반을 수입하는 한국·중국·일본 3국이 LNG 구매자 클럽을 만든다. 공급업체 우위의 시장에 변화를 주기 위함인데 LNG 수출국들도 3국의 동맹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못지않은 LNG OPEC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의 협의체가 힘을 발휘할 경우 여타 수입국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일본의 제라(JERA)는 최근 LNG 비즈니스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9일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LNG 구매력이 큰 한중일 기업들이 구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정부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3국이 협력의 첫발을 잘 떼면 정부도 협력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부터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중일은 전 세계 LNG의 55.54%를 수입하고 있지만 구심점이 없어 협상력이 약했다. 그렇다 보니 LNG 수출국에 비해 가격 등 구매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가스공사가 세계에서 LNG 수입 1위 기업”이라면서 “하지만 LNG를 사실상 100% 수입에 의존한다는 약점 때문에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국이 동맹을 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글로벌 LNG 시장이 공급자 중심 시장(seller’s market)에서 수요자 중심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뀔 수 있다. 자원 업계의 한 관계자는 “1~3위의 글로벌 LNG 수입국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파급력이 크다”면서 “당장 올해 새로 수입계약을 맺는 것부터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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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주로 LNG를 수입하는 국가는 카타르·호주·말레이시아 등이다. 수출국과 가까우면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PNG)를 공급받으면 되지만 거리가 멀어 선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일본은 자원 빈국이고 중국은 수요량이 워낙 많아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여러 요인으로 3국이 각자도생하다 보니 구매 협상력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한중일은 전 세계 LNG 수요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가격으로 LNG를 공급받아 왔다.


그랬던 한중일이 반격의 카드를 꺼냈다. 최근 LNG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뀐 것이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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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가스가 등장한 뒤 LNG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떨어진데다 호주 등에서 LNG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으로 LNG 공급자들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LNG 공급과점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가격도 떨어졌다. 2015년 동아시아 LNG 현물 가격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역으로 수출 국가들은 이제 LNG를 팔기 위해 주요 수요 국가의 기업들을 상대로 매각협상을 벌여야 할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확실히 변하기는 했다”면서 “과거 같으면 LNG 수출국의 위세에 눌려 LNG 구매자 클럽을 결성하려는 것은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중일 3국도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면서 “정상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한중일 정상회의에 이어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 때도 LNG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면서 “그만큼 한중일 정부가 LNG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LNG 수출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LNG 수출 세계 1위 국가인 카타르가 특히 민감하다. 카타르 석유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LNG가 과다 공급되고 있지만 시장 사이클이 바뀔 때면 그들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자 클럽은 앞으로 불리한 세 가지 계약조항을 우선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장기계약 조건이다. LNG는 보통 20년 장기계약을 맺게 되는데 구매 협상력이 커지면 이 기간을 중·단기로 줄일 여지가 생긴다. 보통 LNG 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국가별로 물량을 할당해 장기간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위한 조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LNG 물량까지 떠안아야 하는 불리함이 있다.

물량 의무인수 조항도 손질 대상이다. 현재는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LNG 물량이 남아도 물량 의무인수 조항 때문에 불필요한 물량까지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장공간이 부족해 수입을 원하지 않아도 대금은 치러야 하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급받은 LNG를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남은 물량을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한 도착지 제한 조항 역시 손질 대상이다. 이를 수정하면 남는 LNG를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가스공사는 3국 간 협력을 통해 앞으로 진행할 신규 계약부터 조건을 수정해나갈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현재 15개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일부는 오는 2038년까지 체결한 것도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3개국이 구매자 클럽을 성공적으로 발족시킨다면 수입국에 불리한 계약 조항들을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신규 계약부터 우리 입장에서 더 유리한 조항을 넣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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