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최근 신세계포인트인 ‘SSG’를 현금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해당 서비스를 차단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제휴사에서 전환된 자사 포인트를 다른 제휴 포인트로 전환하거나 다른 고객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능도 중단했다. 제휴사 고객들이 흩어져 있던 포인트를 현금화가 가능한 시중은행 금융 플랫폼으로 한데 모아 현금인출기(ATM)를 통해 현금으로 찾아 쓰는 사례가 빈발해서다. 제휴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자신들의 모바일 플랫폼 안에서 포인트를 소진하면 좋은데 포인트를 현금화하다 보니 추가 비용 부담이 늘자 고육책으로 은행에 해당 서비스 차단을 요청한 것이다. 은행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휴사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해야 하는데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해놓고 제휴사와의 관계를 의식해 곧바로 기능을 차단한 것이 돼 고객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제휴사를 통해 모은 포인트를 현금화하면 제휴사들의 추가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며 “이런 사정을 은행이 모른 척할 수 없어 제휴사 요청에 따라 서비스 중단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B은행도 최근 페이코(PAYCO) 포인트와 SSG 포인트에 한해 자사 포인트로 교환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B은행 관계자는 “페이코와 SSG 측의 요청으로 2개 제휴사 포인트만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계열 카드사 포인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현금으로 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B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부에서는 제휴사들이 연계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면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제휴사가 먼저 포인트 현금화를 끊거나 요청하면 은행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포인트 현금화로 비용 부담이 커진 제휴사들이 은행에 해당 서비스 중단을 요청해 받아들인 것인데 은행들도 함께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인트의 자유로운 활용을 전제로 가입한 고객들은 한순간에 뒤통수를 맞게 됐다. 은행들이 고객 모집을 할 때는 장황하게 서비스를 홍보했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슬그머니 관련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고객들만 골탕 먹고 있는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혜택을 보고 가입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서비스가 사라지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