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대통령 파면과 조기대선 정국,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보복, 끝 모를 내수침체로 소비시장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빠졌다. 별다른 변신 없이 현실에 안주한 제품은 외면 당하기 일쑤고 타깃층·콘셉트·기술 수준이 불분명한 상품은 더 이상 팔 시장이 없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인 브랜드 개발만이 탈출구”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브랜드 힘만 갖추면 얼마든지 기업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파워브랜드는 경쟁자가 흉내 낼 수 없는 기술로 시장을 창조·개척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해보다 파워브랜드를 일구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연구·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호황기에는 시장 성장에만 편승해도 문제없던 기업들이 불황일수록 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혁신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잘 키운 브랜드 하나는 해당 기업을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00년도 먹여 살린다.
세계적으로는 코카콜라사의 ‘코카콜라’, 애플의 ‘아이폰’ 등이 대표주자고 국내에서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농심 ‘신라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이 유명하다. 소니 ‘워크맨’, 도시바 ‘노트북’, 3M컴퍼니의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 안랩의 ‘백신’, 대일화학공업의 ‘대일밴드’ 같은 경우는 시장 개척자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아예 브랜드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굳어져 버리기도 했다.
이들은 수 십년 째 해당 기업의 캐시카우로 역할하면서 또 다른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나아가 대표 브랜드의 가치가 극대화되면 미래 성장성·안정성·신뢰성을 포함한 기업의 내재가치는 그 회사의 자산가치를 멀찌감치 추월할 수 있다. 기업들이 위기 돌파를 계기로 파워브랜드 육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올해 서울경제신문이 선정한 파워브랜드 컴퍼니는 전에 없던 기술과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불황도 피해가는 파워브랜드를 구축,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업체들이다. 기존 사업을 계승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 콘셉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거나 고객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시장을 개척, 메가 히트 제품을 만들어낸 기업들도 포함된다. 어려운 수출 환경 속에서도 세계시장 곳곳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업체도 물론 해당된다.
이 가운데 LG생활건강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뛰어난 품질과 럭셔리 마케팅으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는 기적을 발휘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정간편식’도 지난해 6월 출시됐음에도 벌써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며 ‘햇반’ 등에 이어 이 회사의 또 다른 대표 브랜드로 안착했다. 오뚜기 ‘사골곰탕’은 출시된 지 20주년이나 됐지만, 최근 1인 가구 급증으로 간편식 밑국물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수 ‘트레비’는 출시 10년만에 국내 대표 탄산수 브랜드로 성장했음은 물론 탄산수 시장 자체를 대중화하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쓰러질 위기에 처했던 기업조차 파워브랜드 하나로 재도약에 성공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며 “국내외 소비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혁신만 뒷받침 되면 될 브랜드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