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를 할 때 시황의 변동에 따라 자산별로 매매를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자산의 재조정이라 한다.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목적으로 공격적인 매매를 할 때도 있지만 벌어놓은 것을 지키려는 방어적인 전략을 펼 때도 있다. 자산배분펀드는 후자에 속하는 소극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큰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투자의 불확실성을 유발할 만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고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며 수익을 차근차근 실현해간다.
다양한 자산배분 방법론 중에서 널리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투자의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자산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투자라도 결국 끝이 있으며 그 시기가 가까워지면 큰 이익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리스크를 안는 것보다 포기하는 쪽이 옳다는 관점에서다. 실패할 경우 기나긴 세월 동안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표를 정해놓고 스케줄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를 TDF(Target Date Fund)라 한다. 이 펀드는 특이하게 채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잔존만기의 개념을 갖고 있다. 대개 자녀의 대학자금이나 정년 이후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TDF의 운용전략을 들여다보면 투자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 분명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총 투자기간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주식 비중을 높게 유지하느냐가 운용상의 관건이다. 미국의 TDF 운용 사례를 보면 잔존만기가 10년 남은 시점에도 주식 비중을 70~90%, 그 이후에도 최소 30%가량으로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정년 이후에도 연금 형태로 인출할 경우에는 20~30%의 주식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장수 리스크와 물가 상승 리스크를 투자 리스크보다 훨씬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입자의 생애소득을 인적자산으로 보아 그 증감을 자산배분 결정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인적자산을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채권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 비중이 높은 젊은 시절에는 주식을 많이 보유하는 것으로 수익성을 보완한다. 반면 나이가 들면 점점 생애소득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물적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점점 중요해지기 때문에 채권 비중을 높인다. 이와 같이 정교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운용하는 자산배분펀드는 투자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가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