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다시 국가개조다]사업실패로 연 30만 '신불자 낙인'...패자부활 인프라 구축을

<7> 실패가 흠 되지 않는 기업생태계

창업보다 성공률 높아도 정부 재창업지원 여전히 인색

올 관련 예산 2,777억...창업 지원 예산의 8분의1 불과

"창업 무한책임, 유한책임으로 바꾸는 제도적 노력 필요""



대한민국이 실패 포비아(공포증)에 빠져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 창업시장에서 한 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0.2%에 불과할 만큼 자칫 ‘빚 내 사업하다 무너지면 실패자로 낙인찍힌다’는 사회적 인식이 두려워 많은 대한민국의 청년층과 중년층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 탓이다. 성실실패자가 지원을 받아 재도전하면 성과가 높다는 사실이 증명되는데도 여전히 재도전에 대한 정부 지원 시스템과 인프라가 미흡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30일 국세청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비상장 회사 58만9,858개 중 VC의 신규 투자를 받은 기업은 1,191개다. 0.2%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회사와 VC의 투자를 받지 못하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 빚을 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매년 사업 실패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30만명 넘게 양산되는 지경이다.

사실 기술력과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빚을 내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개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하면 회사가 무너졌을 때 가정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업을 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실행력은 떨어진다. ‘2016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들의 64%가 사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실행에 나서겠다고 답한 사람은 36%에 그쳤다. 실패에 대한 공포감도 상당하다. 경기개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인식되느냐’는 질문에 무려 응답자의 46%가 ‘그렇다’고 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창업자금을 마련하려면 대부분이 투자를 받지 못해 개인대출로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며 “사업에 실패하면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보니 창업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것은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한 탓이다.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큰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진다는 수많은 보고서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인생의 패배자로 불린다. 제도적 장치 역시 재도전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정부의 재도전 지원은 일반 창업 지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올해 정부의 창업 지원 예산은 2조2,658억원이지만 재도전 예산은 2,777억원으로 8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패 포비아를 없애기 위해 실패해도 재도전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희망사다리’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패가 흠이 되지 않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재도전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시에 실패는 낙오자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성실 실패자에 대해서는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하고 창업자의 무한 책임을 유한책임으로 바꾸는 시스템을 구축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도전 기업에 대한 지원성과는 눈에 띄게 좋다. 창업진흥원이 지난 2014년 정부의 재도전 지원을 받은 기업 965개 기업을 추적 조사한 결과 3년간 생존율이 83.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3년 9억원에서 2015년 11억3,000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한국의 창업기업 3년 생존율이 38%에 불과하다는 조사와 비교하면 재도전 지원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선진국에 구축된 실패를 성공적으로 바꾸는 사회적 장치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기업의 실패를 기업가의 실패가 아닌 ‘투자자의 실패’로 인식한다. 유럽도 ‘정직한 실패자의 재도전을 지원하는 것이 신규 창업자를 지원하는 것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는 철학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 2013년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죽도 재기캠프’에 입소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이희장 씰링크 대표는 “재창업은 기술 노하우가 있고 시장 환경을 잘 알고 있어서 창업보다 성장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분명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