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스콧시트(Scotxit)






반란군을 제압한 맥베스 장군은 개선 길에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듣는다. 망설이던 맥베스는 부인의 부추김에 넘어가 결국 자신이 섬기던 스코틀랜드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권을 찬탈한다. 잉글랜드로 도망친 왕자 맬컴은 잉글랜드 구원병의 힘으로 맥베스를 처단하고 왕위를 회복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맥베스’는 인간의 권력 욕망과 영혼의 상실, 그리고 파국적인 몰락을 그린 걸작이다. 주인공과 그 부인의 비극적 최후가 압권인 ‘맥베스’는 다분히 잉글랜드 시각에서 다룬 희곡(戱曲)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인들은 맬컴을 외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쯤 여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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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스코틀랜드 지배는 14세기 들어 종식된다. 멜 깁슨의 연기력이 일품인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 독립 투쟁을 장쾌한 스펙터클로 조명한 대서사시다. 영화 속의 전투 신은 1313년 배녹번 전투가 무대다. 에드워드 왕가가 이끄는 잉글랜드군은 압도적 병력 우위에도 스코틀랜드 독립과 자유에 대한 열망 앞에 무릎을 꿇는다. 영화 속 깁슨의 얼굴에 두 줄로 칠한 파란색은 스코틀랜드 국기의 상징색이다.

스코틀랜드인의 독립 정신과 민족 자존은 유난스럽다. 스스로 영국인(잉글리시)으로 부르지 않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도 한다. 그레이트브리튼 섬에 먼저 정착한 것이나 로마 군단의 북진을 저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1707년 지금처럼 잉글랜드와 국가연합을 이룬 후에도 저항의 피는 대대손손 이어졌다. 그래서 국가 상징물에 유독 독립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국가(國歌) ‘스코틀랜드의 꽃’은 에드워드 왕가를 물리친 배녹번 전투를 찬양하고 있다. 영국(UK)처럼 파운드를 쓰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여왕 대신 역대 독립영웅의 얼굴을 지폐에 새겼다.

스코틀랜드 의회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추진을 계기로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2014년 국민투표 부결 이후 재도전이다. 스코틀랜드인의 EU 잔류 희망 비율이 높아 ‘스콧시트(Scotxit)’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은 편이다. ‘브레이브 하트’ 이후 700여년 항쟁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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