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청년,숙련창업 양날개로 날자]39세는 되고 40세는 안되고...나이로 자르는 창업지원 정책 바꿔야

<상>현장 노하우가 창업성패 가른다

역대정부 창업정책 청년부문에 지나치게 편중

연령보다 현장경험·전문성 등 기준으로 삼아

청년-시니어 동시에 키우는 정책이 더 효과적



# 창업 20여년 만에 매출액 1조원 기업을 일군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기업을 설립한 나이는 47세였다. 지난 1992년 회사를 설립한 이 회장은 차별화된 화장품을 개발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며 코스맥스를 글로벌 1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우뚝 서게 했다. 이 회장이 창출한 고용인력은 국내에서만도 2,000여명에 달한다.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창업 전 동아제약·대웅제약 등 제약사 마케팅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현장경험을 축적하고 네트워크를 쌓았기에 뒤늦게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음에도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을 꿈궜던 서모(31)씨는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창업에 투자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장에 선보이며 창업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공모전과 창업대회에 참가해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3년 전 창업의 꿈을 접고 사기업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창업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공모전 등에 여러 번 참가했는데 창업의지 없이 취업 스펙 쌓기용으로 지원금만 타가는 ‘상금 헌터’들이 의외로 많았다”며 “청년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공모전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취업 또는 경력 관리의 일환으로 변질되고 이로 인해 정말 창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 창업가들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창업의 성패는 무엇이 결정할까. 경제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습득한 노하우, 이를테면 △조직운영 경험 △인적 네트워크 △위기대응 능력 △거래처와의 협상력 등은 기업 생존율과 매출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황인철 인스타워즈 대표는 “창업 후 겪게 될 많은 애로사항을 생각하면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직장은 그야말로 최고의 준비장소”라고 진단한다.


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가 창업기업 대표자 2,4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생존율과 영업성과는 정확히 이를 입증한다. 이번 통계 결과를 종합하면 해당 업종 종사기간이 길수록 업종 이해도와 업무 장악력이 높고 이는 창업기업의 경영성과에 반영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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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창업의 효과가 크지만 정부의 40대 이상 창업 지원은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5,000억원 넘게 투입해 독려하고 있는 청년창업 지원 대상은 만 39세 이하로 제한돼 있다.

국가 부가가치 창출과 직결되는 창업정책은 국가 백년대계다.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창업정책의 기조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창업 생존율과 경영성과가 높은 숙련창업과 재도전 창업 등으로 저변을 확대해 창업정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것.

청년창업은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야 할 과제로 청년창업이 어느 연령대보다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20대 청년들의 도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만들 주역은 청년 창업가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창업정책이 청년 부문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창업정책이 창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과 숙련창업의 밸런스를 확보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창업정책이 청년과 시니어 계층을 나누는 연령기준의 관점에서 추진됐다면 이제는 현장경험과 전문성을 기준점으로 삼고 효율성을 높이는 창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업학 박사인 목영두 르호봇 대표는 “청년창업 지원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청년층에만 화력을 집중해 지원정책을 펴면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경제활동 기간에 지식·경험·네트워크를 축적해 안정성을 확보한 시니어 계층이나 장년층으로 창업정책 수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지금까지의 청년 중심 창업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상시적 구조조정, 빠른 고령화 등 시대 상황에 맞는 다음 단계의 창업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청년과 시니어 창업을 동시에 장려하는 투트랙 정책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도 “정부 창업정책이 장년층의 창업을 장려하고 실패했을 때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사후 교육 서비스가 마련된다면 창업 열기를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해욱·한동훈기자 spooky@sedaily.com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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