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금융시장서 입지 넓히는 中

중국화신, 투자銀 코언 지분 인수

앤트파이낸셜은 머니그램에 눈독

자국산업 보호 기치 내건 트럼프

실제 美 금융사 매각여부 변수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금융회사 지분을 야금야금 모으거나 회사를 매입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해외 자본유출 통제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입김을 키우려는 중국 자본의 공세는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중국 에너지 기업인 중국화신(CEFC)이 미 투자은행 코언그룹 지분 19.9%를 1억달러(약 1,11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코언은 지분투자 외에도 중국화신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1억7,500만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인수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NYT는 중국 자본이 뉴욕에서 100년 이상 금융업을 이어온 전통 있는 미국 회사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금융당국이 이번 지분매각을 승인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피터 코언 코언 최고경영자(CEO)는 “규제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작업은 주로 중앙아프리카 원유사업에 투자해온 중국화신이 미국 금융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NYT는 “지분매각으로 코언은 현금을 쥐게 되는 반면 중국화신은 미 금융시장에서 이미 잘 다듬어진 초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분인수로 중국화신은 코언 이사진까지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계약이 성사되면 중국화신은 코언 이사진 가운데 3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미 금융사 인수 움직임은 올 들어 줄을 잇고 있다. 올 초에는 하이난항공그룹(HNA)이 미 헤지펀드사인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지분 2억달러어치를 매입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이 회사 지분 45%를 보유한 공동 파트너였던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백악관 대외연락담당 총괄책임자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윤리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공동 파트너에서 물러나고 지분을 HNA 등에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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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알리바바그룹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도 미 해외송금 전문사 머니그램인터내셔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올해 초 머니그램을 총 8억8,000만달러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달 들어 미 유로넷이 무려 20억달러에 머니그램을 인수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면서 인수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금융산업을 비롯해 미국 시장을 노리는 차이나머니의 위세가 커지면서 거래규모도 급등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이 미국 비즈니스 진출을 목표로 단행한 투자는 총 173건, 금액 기준으로 67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6년간 거래규모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다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국산업 보호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어 잇단 금융회사 매각이 실제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코언 지분 매매 계약은 올 3·4분기에 마무리되며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비로소 거래가 완료된다. NYT는 “중국의 미 금융사 인수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떤 관점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며 “머니그램이 어디로 인수되는지를 보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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