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진출 급제동

금감원 특별감리 영향

글로벌 제약사와 생산 계약 자칫 무산 우려

3공장 완공 앞두고 악재 이어져

바오오벤처 투자 직격탄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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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출범 6년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금융감독원 특별감리라는 잇따른 악재에 휘말리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조사로 회계처리의 적합성이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확신하지만 오는 2020년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다. 또 대내외 신인도 추락으로 미국증시 진출 전략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특별감리에 착수한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분식회계 논란을 제기하자 이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상장 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가액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이후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시련을 맞았고 불과 한달여 만에 특별감리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미 5곳의 법무법인 등을 통해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와 법무 검토를 받았다”며 “회계처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회계처리의 적합성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은 영향이 없지만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그럼에도 올해의 최대 목표인 제3공장 완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잇따른 악재에 내몰리면서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내걸었던 바이오 산업 전략과 투자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 부회장 부재와 금감원 특별감리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맡기려던 글로벌 제약사들도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18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3공장을 짓고 있다. 3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앞서 본격적으로 가동된 1공장(3만ℓ)과 시험가동 중인 2공장(15만ℓ)을 합쳐 36만ℓ 생산량 체제를 갖추게 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 1위인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과 2위 론자(28만ℓ)를 단숨에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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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공장이 완공돼도 가동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재작년 알렉스 고르스키 존슨앤존슨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자회사인 실락으로부터 3,000억여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계약을 수주해 전 세계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2013년에도 로슈와 담판을 벌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금까지 접촉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만도 5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경험이 전혀 없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초기부터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제품을 잇따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과 2공장을 통해 전 세계 6개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 9종을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을 앞두고 있다. 금액으로는 29억달러(약 3조2,450억원)에 이른다. 3공장 완공을 앞둔 현재 15개 이상의 기업들과 30종 이상의 제품 생산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자칫 막판 협상에서 무산될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생산공장이 가동하지 못하면 이에 비례해 천문학적으로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내외적인 신인도 추락도 부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체 주식 중 삼성물산·삼성전자와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은 21.6%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특별감리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등을 돌리는 외국인투자가가 대거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인 목표로 추진 중인 미국증시 진출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악재에 내몰리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려 이제 막 성장세에 접어든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 전체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투자가 핵심 요소인데 이번 사태로 한국 주식시장의 투명성에 의문을 가지는 외국계 자본이 늘어나면 국내 바이오 기업의 매력이 떨어지고 경쟁력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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