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수시로 소변...못 참고 찔끔...과민성 방광 "병 키우지 마세요"

방광변성·배뇨근 과활성화 탓

남성, 전립선비대증이 1차 원인

3~6개월 약 먹으면 90% 증상개선

안 들으면 전류자극·보톡스 치료

정상적인 방광·전립선·요도(왼쪽)와 전립선비대증으로 요도가 좁아지고 방광에 2차변성이 온 모습(오른쪽).정상적인 방광·전립선·요도(왼쪽)와 전립선비대증으로 요도가 좁아지고 방광에 2차변성이 온 모습(오른쪽).




소변을 참기 어려워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빈뇨·절박뇨) 잠을 자다 2회 이상 중간에 깬다. 오줌이 마렵다고 느끼는 순간 소변이 찔끔찔끔 새나와(절박요실금) 패드를 착용한다.


과민성 방광증후군 환자들이 겪는 증상들이다. 40대 이상 남녀 10명 중 3명이 이런 증상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도 있다. 방광 근육의 수축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하거나 신경질환 등으로 배뇨 기능에 이상이 생겨 적은 양의 소변이 차도 배뇨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당연히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증상이 심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방광 2차 변성·배뇨근 과활성화 동반 흔해

증상은 같아도 남녀 간에는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순수한 1차적 과민성 방광증 환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 방광 바로 밑에 자리 잡은 밤톨 모양의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고 방광의 2차 변성, 섬유화와 배뇨근 과활동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과민성이 된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50대의 50%, 80대의 80%가량이 노화로 전립선 크기가 커지는 전립선비대증을 겪는다. 전립선은 남성 생식기관 중 하나로 정액 성분의 30% 이상을 분비하며 무게는 평균 22.5g(65세 이하)쯤 된다.


방광의 변성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 크기·무게가 커질수록 높아진다. 대한비뇨기과학재단이 지난 2010~2015년 배뇨증상 때문에 전립선초음파·요역동학 검사를 받은 남성 606명을 분석했더니 배뇨근 과활동성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방광의 2차 변성 위험도가 높았다. 70세 이상 노인이라면 위험도는 2.3배, 전립선이 30g이면 1.6배, 70세 이상이면서 전립선이 30g이면 3배로 치솟았다. 변성이 온 70대는 배뇨근 과활동성 비율이 40%로 60대(25%)의 1.6배였다. 배뇨근 과활동성은 절박뇨·빈뇨·야간뇨 등 과민성 방광 증상과 연관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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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에 변성이 온 비율은 50대에서 70대로 올라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다 80대부터는 별 변화가 없었다. 전립선이 30g 이상인 환자(35%)들은 방광의 2차 변성과 배뇨근 과활동성이 나타났다. 2차 변성 비율은 전립선이 30g이 될 때까지 급증했지만 30g을 넘으면 비슷했다.

◇보톡스, 효과 좋지만 약효 4~8개월 그쳐

천준 대한비뇨기과학재단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은 “나이가 들어 전립선 크기가 커지면 방광의 2차 변성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변성이 많이 진행되는 70세 이전에, 전립선 무게가 30g이 되기 전에 연 1회 정도 전립선비대증 검사를 받고 비뇨기 전문의로부터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차 변성 위험도가 높아지면 요역동학 검사, 설문결과, 증상 등을 고려해 약물·수술치료 여부와 방법을 정하게 된다. 요역동학 검사는 방광에 식염수를 주입한 상태에서 기침을 하거나 복부에 힘을 주게 해 소변이 새는 순간의 압력을 측정, 방광·요도의 기능적 이상을 알 수 있다. 배뇨근 과활동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여성 요실금 환자의 경우 21%가량이 배뇨근 과활동성, 방광출구폐색 등이 동반된다.

방광의 예민함과 비정상적인 수축을 줄여주는 약물을 3~6개월가량 복용하면 90% 정도는 증상이 호전되지만 입안·안구 건조, 변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약을 먹으면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므로 전립선비대증 없이 방광이 2차 변성된 환자 위주로 적당량을 써야 한다”며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방광에 2차 변성이 오는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약만 먹어도 변성을 늦추거나 과민성 방광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방광·요도신경 근처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자극함으로써 방광 통제력을 회복시키는 천수신경조정술, 보툴리눔 독소(상품명 보톡스) 방광주사술 등을 시행한다. 천수신경조정술은 약물로 치료가 안 되는 난치성 과민성 방광 환자의 약 80%에 효과가 있다. 보톡스는 요도로 내시경을 넣어 방광 내부 벽 근육 약 20~30군데에 주사한다. 신경세포 말단에 작용해 과도한 근육 수축을 억제, 4~8개월가량 저장능력을 향상시키고 소변이 새나오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없애준다. 3~6개월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해 4~8개월 뒤면 사라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시술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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