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기득권층이 민주주의에 위협적 존재라고?

<기득권층>

■오언 존스 지음, 북인더갭 펴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 이 무거운 현실을 마주한 국민들의 마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 대다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패한 권력, 잘못된 권력은 개인뿐 아니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이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기득권층은 민주주의에 위협인가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신간 ‘기득권층’은 이처럼 쉽지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무거운 질문에 대해 답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기득권층이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라고 단언한다. 기득권의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기득권층이 악인지 선인지 가치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지만, 저자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기득권은 소수에 의한 부와 권력의 독점을 정당화하고 보호하는 기관이나 관념으로 특정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득권층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했고, 책을 통해 설명되는 기득권층의 행태를 보면 “기득권층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이 된다는 말을 저자 개인만의 생각이라고 흘려 들을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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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득권층의 번영은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가의 개입을 혐오하는 영국의 기득권층의 사례를 들며 기득권층의 사고에는 논리적 오류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은행 긴급구제, 국가 재정으로 건립된 사회기반시설, 국가에 의한 사유재산의 보호, 연구와 개발, 막대한 공공재정을 들여 교육받은 인재, 국가보조금 등 이 모두가 오늘날 기득권층의 특징인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의 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기득권층은 그들이 받아야 할 철저한 감시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권력 있는 자들의 행동을 조명하는 언론 역시 기득권층과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며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70년대 선동가들의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시작된 기득권층의 반민주적 권력은 이제 학계나 정계, 언론계, 금융계, 공권력을 가릴 것 없이 전 영역에 걸쳐 확고한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단언하며 지금이야말로 민주세력이 새로운 씨앗을 키워갈 때라고 주장한다. “권력은 요구 없이 그 무엇도 내주지 않는다.” 저자의 말은 대한민국의 지금의 현실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1만9,500원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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