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젠 집에 가자"… 미수습자 9명 태운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

31일 빗방울을 뚫고 세월호 선체를 태운 반잠수식 선박이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31일 빗방울을 뚫고 세월호 선체를 태운 반잠수식 선박이 목포 신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명의 미수습자, 그리고 전 국민의 안타까움과 의혹까지 동시에 품고 있는 세월호가 31일 오전 7시 굵은 빗방울을 뚫고 항구로 출발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항을 떠난 지 1,081일, 3년여 만이다. 미수습자 가족과 희생자 유가족 4명도 반잠수식 선박에 태워진 채 끌려가는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뒤따랐다. 선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들의 눈시울도 불거졌다. 밤새 잠을 못 이룬 듯 퀭한 눈이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조은화·허다윤양의 이금희씨와 박은미씨는 “이젠 집에 가자. 집에 가자”라는 말을 되뇌었다.

출발 한 시간 후 오전 8시경 5,000만 국민의 통한의 맹골수도를 지났다. 동거차도와 서거차도 사이의 사고해역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배 올라오는 날도 비가 오고, 오늘도 비가 온다. 울잖아요 애들이. 빨리 찾아달라고 울잖아요”라는 말로 침통한 마음을 흘려보냈다.

조세호군의 아버지 제삼열씨는 현장에 미처 오지 못한 유가족에게 보낸다며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그 동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부인인 유백형씨는 “배가 돌아간다니까 꼭 찾아서 꼭 찾아가지고 머리카락 하나라도, 결혼반지도 끼고 예식을 했으니까 (그런 것도) 다 찾아서 우리 가족 품으로 돌아와서 장례도 치러주고 싶다”는 애절한 소망을 표했다. 그는 500여m를 앞서 가는 세월호 선체에 있을 남편을 향해 “저 바닷속에서 여태까지 고통스럽게 있었으니까 고생 많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꼭 찾을 거다”는 말을 보냈다. 유씨는 “3년, 참 긴긴 수학여행이었다”며 미수습자 9명이 배 안에 있어서 꼭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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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조타실 창문 가에 맺힌 빗방울을 보며 “이 빗물이 다윤이가 저 좀 빨리 찾아달라고 하는 거 같다”며 말문을 뗐다. 그는 허다윤양이 늘 꿈에 같이 있다는 말과 함께 시신을 찾게 되면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찾기 위해서 할 수 있었던 게 그냥 기다리는 거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엄마 곁으로 올 것이기 때문에 돌아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박 씨는 또 “세월호가 올라온 건 기적이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반잠수식 선박은 시속 18.5㎞ 속도로 목포 신항까지의 105㎞를 약 6시간45분 동안 항해한다. 도착 예정 시각은 오후 1시45분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됐다.

/진도=공동취재단, 목포=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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