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重노조 "私生"결단…삼성重·대우조선노조 "社生"결단

조선 빅3 노조 '위기 대응' 엇갈린 자세

현대重 "경영상황 나몰라라"…4사1노조 결국 가결

삼성重 "임협보다 업무 완수" 대우조선 "고통분담"

"선주 입장에서 어디에 일감 주고싶을지 생각해야"

“회사가 대놓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어렵다는 내용만 부각해 구성원을 공포에 떨게 할 뿐 총력 수주 등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현대중공업 노조) “회사 경영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임금 협상 타결보다는 당장 올해 발주처에 인도해야 할 큰 해양 프로젝트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삼성중공업 노조)

국내 조선업계가 최악의 수주 가뭄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조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스탠스다.


‘수주 절벽’을 마주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 노조의 상황 인식과 이를 대처하는 방향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불신과 배타성이 만연한 야드가 있는 반면 노사가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똘똘 뭉친 곳도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주사 입장에서도 노사 간 단합이 잘 되는 곳에 일감을 맡기고 싶지 않겠냐”며 “노사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대립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협상 시간도 아까워…프로젝트 완수가 우선”=삼성중공업은 31일 “노사가 위기 극복에 전념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부터 2016년 임금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노사는 이례적으로 임금협상을 2개월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금 협상에 들어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노사 간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투쟁 깃발을 내려놓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위기의식’이다. 당장 삼성중공업은 발주처에 호주 ‘익시스 가스전’에 투입될 해양가스처리설비(CPF)를 인도해야 한다. 이미 대규모 손실을 냈던 터라 적기 인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프릴루드 부유식액화천연가스설비(FLNG)와 에지나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SO) 등의 대형 해양 플랜트들을 올해 순차적으로 인도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부사장급인 조선소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임원이 임금협상에만 매달려 공정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는데 이제는 공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노협위원장은 4월부터 경영진의 해외 선주사 미팅에도 참석하는 등 수주 총력전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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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노조원들이 반대해도 막무가내”=경영진의 위기 타개 노력에 발을 맞추기는커녕 어깃장을 놓는 노조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1일 대의원대회 안건에 올렸다가 부결됐던 ‘4사(社) 1노조’ 규약 개정을 이날 안건에 다시 올려 결국 가결시켰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분할되더라도 단일 노조로서 경영진 대표와 교섭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첫 번째 투표에서는 대의원 가운데 40%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지만 노조 집행부는 일주일 만에 안건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조 내부에서조차 “현장 노조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대의원 투표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시 상정해 관철 시키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회사 측은 노조의 ‘4사 1노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종이 완전히 다른 4개사의 임단협을 어떻게 동일하게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개별 회사가 처한 경영 상황이나 실적, 인력 구조 등 모든 게 다르다”면서 “지금까지 서로 다른 사업을 함께 묶어놓았던 데서 오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분사를 추진했는데 4사 1노조는 이런 분사에 대한 의미를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2016년 임단협도 10개월째 끌고 있다. 회사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본급 20% 반납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 “고통 분담해 회사 보탬 될 것”=4조2,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지 1년5개월 만에 또다시 5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고통 분담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미 지난해 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 당시 쟁의행위를 하지 않기로 확약했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노조 생리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 “우리 노조가 회사의 방침에 협조할 자세가 돼 있고 무엇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노조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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