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이번 달부터 올 1·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다. 미국 금리 인상, 대통령 탄핵 등 국내외 주요 이벤트가 마무리된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 새로운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4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4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실제 실적이 추정치를 소폭 밑돌거나 부합하는 수준만 나오더라도 연간 100조원 순이익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돼 증시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별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확대 전략을 추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기준 올 1·4분기 영업이익과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대비 10% 이상 증가한 종목은 19개로 집계됐다.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업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대형주로 나타났다.
오는 7일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9조2,114억원으로 연초 추정치 대비 19.9%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43조5,870억원으로 같은 기간 22.5%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올 1·4분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9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는 10조원대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5조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출시로 2·4분기부터 IT모바일(IM) 부문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8이 오는 21일부터 정식 출시되면서 하반기 아이폰8 출시 전까지 프리미엄 폰 대기 수요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갤럭시S8 출하량을 4,600만대로 추정했다. 2013년부터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은 4,000만~5,300만대 수준을 기록했다. 3월29일 출시한 ‘갤럭시S8’(이하 갤S8) 효과가 더해지는 2·4분기부터는 매분기 12조원을 넘겨 빠르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기, 연간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제까지 영업이익 최대 기록은 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3분기 10조1600억원, 연간으로는 역시 2013년 기록한 36조7900억원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으로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1,636억원으로 연초 추정치 대비 71.5%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8조8,580억원으로 71% 늘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이 모두 당초 가정치보다 높아져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올 2·4분기까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송 연구원은 “3·4분기에는 전고점 수준에 도달한 중국 IT 세트 재고에 대한 재감축이 발생해 반도체 수요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이 다소 감소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T업종 중에는 LG디스플레이(034220)의 1·4븐기 실적이 매출액 7조1,000억원, 영업이익 9,34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전 제품에 있어 패널가격 강세가 지속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화학 업종의 실적 개선세도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011170)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342억원으로 연초 추정치 대비 37.2%나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3조866억원으로 24.9% 늘었다. 휴켐스(069260)와 LG화학(051910)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연초 대비 30%, 2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과 스프레드 상승으로 1·4분기에 이어 2·4분기까지 실적 개선에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계절적 수요 증가와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인해 올 2·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굴뚝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GS건설, 대우건설이 이끈 건설업종의 영업이익이 21.7% 상승할 전망이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8%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IT 수출주와 화학주가 실적 개선 종목에 다수 이름을 올린 가운데 엔씨소프트(036570)가 게임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유일하게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35억원으로 연초 추정치 대비 16.3% 증가했고, 연간 영업이익도 4,831억원으로 13.8% 늘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레볼루션의 매출 장기화와 해외 출시, 2·4분기부터 예정된 자체 모바일 게임 출시 등으로 올해 50%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된다”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력과 보유한 지적재산(IP) 등의 측면에서 섹터 내에서 주가 상승 여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실적 쇼크를 입을 전망이다. 애초 은행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은행들이 3,469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증권사들은 은행업종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3,5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363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