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양적완화가 끌고 관광호황이 밀고...들썩이는 日 부동산시장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호텔·상가·빌딩으로 돈 몰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상업지 올 공시지가 3.3%↑

도심 번화가 최고 41% 치솟아...버블 경계 목소리도



관광객 증가로 호황을 누리는 일본 관광업이 현지 부동산시장까지 움직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나며 호텔 및 상가의 이용객이 증가하자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잇달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평균 공시지가는 지난해 대비 0.4% 오르며 2년 연속 상승했다.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상업지로, 상승률은 1년 전(0.9%)보다 증가한 1.4%에 달했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일수록 호텔부지, 상가,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상업지 상승률은 3.3%였고, 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 등 4개 도시 상업용지도 6.9% 상승했다.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높은 드럭스토어(화장품·약품 판매매장)가 몰려 있는 점 등이 작용하며 무려 4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1년 연속 전국 최고 땅값 자리를 지킨 도쿄 주오구 긴자4초메의 ‘야마노악기긴자 본점’은 제곱미터(㎡)당 5,050만엔(5억421만원)을 기록하며 25.9%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보다도 30%가량 높은 것이다.


이처럼 도심 상업용지 가격이 치솟는 주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2,404만명으로 4년 연속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2013년 시작된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도 엔화약세를 촉발하며 관광객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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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엔화가치는 2015년 저점보다는 올랐지만 올해 방일 관광객 수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과 한국 등을 중심으로 일본 관광 수요가 견고하다”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총 관광객 숫자는 5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일본 관광청은 2020년 방일 관광객 목표로 4,000만 명을 잡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투자 열기는 호텔이 밀집돼 있고 외국인 방문자 수가 최대인 수도 도쿄에서 가장 높다. 이달 일본 국토교통성이 올 1월 초 가격을 토대로 작성한 토지감정평가자료에 따르면 도쿄 롯본기힐스의 8층 빌딩 가운데 상당수는 ㎡ 당 약 800만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양적 완화가 시작된 지난 2013년 이후 무려 35% 급등한 것이다.

동일본철도가 지난해 말 진행한 도쿄 도시마 기차역 인근 부지 입찰에서도 10여 개 업체들이 참여해 치열한 매입 경쟁을 펼쳤다. 입찰 결과 APA호텔&리조트가 시장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50억엔(4,510만달러)의 금액으로 낙찰에 성공했다. 당시 입찰에 참가했던 한 콘도 운용사 대표는 “낙찰가가 제시 가능했던 금액보다 50%나 높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외 부동산 ‘큰손’들도 다시 도쿄를 찾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부동산기업인 캐피털랜드는 지난 1월 말 도쿄에 위치한 부동산 4곳을 510억엔에 매입했다. 이 업체의 매입물에는 도쿄 료고쿠 스모 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12년 된 오피스 빌딩도 포함돼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 지가가 오르면서) 투자사들이 리모델링 등이 가능한 재건축 건물이나 작은 상업 빌딩을 찾고 있다”며 “중심부 대신 변두리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올림픽 개최에 따른 ‘붐업’ 효과도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주요 도시 중심부의 경우 이미 버블 상태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동산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다”며 “시중은행들이 언제까지 부동산 대출에 호의적일지 여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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