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가계대출 총량규제 후폭풍…2금융권 서민 상품으로 불똥

햇살론·사잇돌대출 취급 중단 잇따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들이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서민 정책금융상품 대출 취급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정부가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규제를 실시하자 수익이 낮은 상품부터 대출을 조인 것이다. 대출이 막힌 서민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책금융상품 대신 고금리상품이나 대부업을 이용해야 하는데다 여타 2금융권도 상품 취급을 중단할 것으로 예정이라 이에 따른 후폭풍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투와 JT친애저축은행 등이 지난주부터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정책자금대출 업무를 지점별로 1~2주일씩 중단 또는 축소하고 있다. 키움예스저축은행과 동원제일저축은행 등 주요 지역 저축은행들도 정책금융상품과 회생면책상품 등의 대출을 일부 중단한 상태다. OK나 웰컴 등 대형 저축은행들은 아직 대출 잠정 중단은 안 했지만 신규 취급을 줄이기 위해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신협도 지난 1일부터 아파트 집단 대출 신규 취급을 잠정 중단했고 새마을금고도 조만간 집단대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보험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하지 않고 있다. 동부화재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보험업계는 전체적으로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50~60% 수준으로 줄이고 대출 한도를 넘어서면 다음 달로 이월시키고 있다. 캐피탈사들도 가계 신용대출이 많은 업체들을 위주로 대출을 줄이고 있다.

가계빚 잡으려다…애꿎은 서민만 대부업으로 내몰려

햇살론 등 중금리 상품 중단, 작년 4분기 대부업 등 대출 3조 급증






주요 2금융권이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대출 업무를 중단한 배경에는 정부의 강한 입김이 작용했다. 발단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계대출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44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141조원이 증가했다. 빚에 짓눌린 가계가 소비마저 줄이며 ‘경기부진→실질소득 감소→빚 증가→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가구당 실질소득은 지난해 0.4% 줄어들었고 지난해 가계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수지는 5조6,5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해 은행권에 소득 심사 등을 까다롭게 보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데 이어 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을 높였다.

은행권 대출이 막히자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지난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여전사들의 대출증가액은 44조8,000억원으로 2015년(23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상호금융(34조4,000억원) 대출이 급증했고 저축은행(4조6,000억원), 여전사(5조8,000억원)도 대출이 늘었다.

제2금융권 대출이 뛰자 당국은 또 규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을 열고 3월부터 상호금융 등에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동시에 대출이 잘 이뤄졌는지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의 고위험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기존(20%)보다 최대 많은 50%를 쌓도록 하는 게 골자다. 2금융권은 이를 사실상의 총량규제로 봤다. 고위험대출 취급이 많은 저축은행은 충당금을 더 많이 쌓되 대신 이익이 없는 정책금융상품을 중단하고 이익이 많은 고금리대출상품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은 마진은 낮은데 연체율은 높다”면서 “늘어나는 충당금을 감당하려면 수익이 높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주도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을 주재로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과 저축은행은 50%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난 104개 조합과 금융사는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의 증가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보험사 역시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설정한 상태다.

하지만 규제 강화에 따른 불똥이 일부 저축은행의 정책금융이 중단되는 등 서민금융상품으로 튀고 있다. 정책상품이 중금리(10% 내외)인데다 연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12.9%에 달하는 햇살론 등을 취급하는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규제책을 내놓으며 올해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공급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소득 등을 엄밀히 따져 대출을 해주면 되는데 저축은행들이 쉽게 일을 하기 위해 수익이 나는 높은 금리 상품만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상품 이용이 막힌 대출자들이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이 막히자 지난해 4·4분기 기타금융기관(대부업 등) 대출액은 8조5,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조2,000억원이나 뛰었다. 한 민간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수요는 그대로 있는데 규제만 하면 당연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이 자금을 융통할 통로는 만들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경우·이주원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