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년 만에 동시에 증가했다. 매출은 줄고 이익만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에서도 1년 만에 벗어났다.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06개사 중 전년과 실적 비교가 가능한 533개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지표인 매출액은 1,646조원으로 전년보다 0.8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1조3,056억원으로 15.02%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8.46% 늘어난 80조2,7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상승 폭은 크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상승한 것은 지난 2013년 말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1년 전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늘고 매출액은 감소했던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탈출했다. 2015년 말 유가증권 상장사 516개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4.22% 늘고 순이익도 3.05%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3.01% 줄었다. 상장사들이 매출 증가 등 외형 성장보다 이익을 내는 데 치중해온 ‘마른 수건 쥐어 짜기 식’의 경영을 해온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은 그동안 진행해왔던 구조조정이 차츰 결실을 보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37%로 전년의 6.46%보다 높아졌다. 매출액 순이익률 역시 4.88%로 전년도 4.15%보다 개선됐다. 기업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74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이 중 49원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매출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12.27%)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상장사들의 연결 매출액은 1,444조원으로 전년 대비 0.8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2조649억원으로 16.46%, 순이익은 57조5,536억원으로 18.16% 각각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꾸준히 담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이었다”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를 빼고도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것이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종이목재(88.58%), 운수장비(33.45%), 화학(31.69%), 건설(30.24%), 서비스(26.94%) 등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늘었다. 매출액은 비금속광물(10.64%), 의약품(6.56%), 건설(6.27%), 의료정밀(4.53%), 서비스(4.40%)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은 재무구조도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연결 부채 비율은 114.26%로 전년보다 5.56%포인트 줄었다. 전체 상장사 중 흑자기업은 434개사(81.43%), 적자기업은 99개사(18.57%)였다. 흑자기업 가운데 흑자지속기업은 368개사(69.4%), 흑자전환기업은 66개사(12.38%)였다. 적자기업 중 적자지속기업은 51개사(9.57%), 적자전환기업은 48개사(9.0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