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회생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에 대한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우조선 손실 분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이 연금 가입자나 투자자 자신을 위해서도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는 이미 명확한 답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율적 채무 재조정 후 신규 자금 지원’이란 정부 방침을 따르라고 압박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때는 “국민연금이 신규자금 지원과 P-플랜 가운데 잘 판단해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P-플랜으로 가면 출자전환 비율이 90%를 넘는 등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으나 이때만 해도 ‘국민연금의 판단을 믿는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이튿날인 31일 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회의에선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입장”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이날은 노골적으로 ‘신규 자금 지원 쪽으로 결정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회생 방안으로 ‘신규자금 지원’과 법정관리 형식의 ‘P-플랜(Pre-Packaged Plan)’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대우조선과 이해관계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규자금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속내를 비쳐 왔다. 하지만 대우조선 회사채의 최대 투자자로서 사실상 회생 방향의 키를 가진 국민연금이 신규자금 지원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자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생산·투자 등도 개선되는 흐름이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도 점차 완화되는 등 긍정적 지표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긍정적 신호들이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외 통상 현안,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만큼 이런 요소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