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문은 여전히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강남권 서울시 도계위 가결 비율이 50% 안팎에 불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심의 기준을 명확히 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1·4분기에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1~5차)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상정된 서울 강남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아파트 재건축 관련 안건 11건 중 통과된 안건은 6개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신규 상정돼 통과된 안건은 서초아파트지구 내 반포현대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 변경안 하나에 불과했다. 통과된 강남권 재건축 안건들 대부분이 이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됐다가 다시 상정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를 감안하면 2·4분기에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는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10개 이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시의 주요 정책인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위한 심의 안건 6건은 모두 신규 상정돼 ‘원안가결’로, 자문 안건 4건은 ‘원안 동의’로 각각 결정됐다. 이를 통해 직권해제된 정비구역 수는 35개다. 서울시의 자문·심의기구 역할을 해야 할 도시계획위원회가 시의 정책에 따라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 전 확정해야 하는 정비구역 지정을 비롯해 법적상한용적률 등 재건축사업계획의 주요 내용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조합이 올해 말까지 관할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사업시행 인가 이후 분양공고 및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 중 조만간 도시계획위원회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칠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사업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의 전문가 자문단인 ‘서경펠로’의 부동산 분야 자문위원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사회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도시계획 차원의 심의가 까다로워지는 추세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심의 통과에 필요한 조건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특성상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거나 종합적·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29명 위원 중 시에서는 행정2부시장이 위원장을, 도시재생본부장과 주택건축국장·도시계획국장이 내부 위원을 각각 맡고 있으며 시 외부 인사로는 구청장 1명, 시의회 의원 5명, 대학 교수, 시민단체 대표, 변호사, 언론인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