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리아 내전에서 헤즈볼라가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변화무쌍하고 실체가 모호한 반군 세력, 쿠르드족, 이라크 민병조직, 러시아와 미국의 개입까지 다양한 세력이 뒤엉켜 복잡한 국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헤즈볼라는 러시아, 이란과 함께 시리아 정부군 편에 서서 내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에 승리를 안긴 알레포 전투를 세운 헤즈볼라는 무장 단체를 넘어 사회적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시리아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미하지만 국제사회의 인정도 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점령에 항거하기 위해 조직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국지전에서 주로 활동해 왔지만 시리아 내전을 통해 전투 부대를 넘어서 사회 전반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알레포 전투 이후 러시아가 후원하는 협상에도 참가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시리아 특사가 다마스쿠스를 방문했을 때 시간을 내서 헤즈볼라 대외관계 책임자를 만났을 정도다.
아사드 대통령의 건재로 시리아 내전이 종결될 경우, 헤즈볼라는 시리아 전후 재건에서도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은행 추계에 따르면 시리아 전후 복구비용은 1,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후 폐허로 변한 베이루트 교외를 성공적으로 복구한 경험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부상에 긴장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권은 헤즈볼라의 게릴라전과 재래식 전쟁 도발 가능성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가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회복하기 위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헤즈볼라의 위협을 논의했다. 미국은 헤즈볼라의 군사력과 테러 도발 능력을 와해하는 것이 미국의 중동정책 우선순위임을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위세 확장은 이란의 팽창을 경계하는 중동 국가들에게도 골칫거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협력에 합의하는 등 지형변화 조짐이 벌써 일고 있다. 중동 외교가에선 헤즈볼라와 이란이 시리아에서 구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내전 종식 후 시리아와 역내 국가들 간 관계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