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현장] ‘사랑해요 당신’, '치매'라는 불청객 앞에서…되새기는 가족의 소중함(종합)

당사자와 가족에게 힘들지 않은 병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나를 잊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치매야말로 힘들면서도 가장 슬픈 병이다. 안타깝게도 치매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전망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가, 혹은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평범한 부부에게 어느 날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렸다.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에 대해 일깨워주는 가슴 따뜻한 연극이다.




/사진=컬처마인/사진=컬처마인


연극 ‘사랑해요 당신’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렸다. 이날 하이라이트 장면시연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극단 사조의 유승봉 대표와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 부원장, 이재성 연출, 이상용 작가, 배우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이 참석해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단 사조의 유승봉 대표는 “1979년, 따뜻한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선배님들을 모시고 극단을 창단했다. 이번 ‘사랑해요 당신’이라는 작품으로 극단의 약진을 꾀하고 있다”며 “가천대 길병원에서 제작을 도와주셨다. 저희 작품이 치매 부분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잘 살아가도록 돕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자리에는 가천대 길병원 뇌과학연구원 김우경 부원장도 함께 해, 관객들이 치매라는 질병을 좀 더 실제적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우경 부원장은 “치매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인 복지법과 장기요양법을 만들어서 치매 환자를 케어하도록 했으나, 아직 문턱이 높다”고 치매 환자의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4년부터 길병원은 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사랑해요 당신’이라는 연극을 접하고서 꼭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극을 보시면 알겠지만, 치매는 본인의 인격도 파괴되고 나아가 가족과 사회까지 파괴될 수 있는 병이다. 연극을 계기로 국가에서도 치매 환자 복지에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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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역시 치매를 그저 남의 일로 여기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는 ‘사랑해요 당신’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김우경 부원장이 말했듯, 치매라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가깝게 와있다. 영화나 TV, 다른 연극에서도 치매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 연극은 치매 환자에 대해 가족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는데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재와 장용은 극중 속마음과는 다르게 아내와 자식들에게 항상 퉁명스러운 남편 한상우 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아내가 치매에 걸린 것을 계기로 점차 변화하는 인물이다. 70세의 나이에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아내는 정영숙과 오미연이 연기한다. 감정표현에 인색한 남편과 미국에서 사는 자식들과의 소통의 부재로 항상 외로움을 느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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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랑해요 당신’은 40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해 온 노부부가 주인공이다. 부부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극중 인물의 나이대와 비슷한 만큼 연극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미연은 이에 대해 “연극을 하면서 이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나와 우리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배우로서가 아니라 실제 내가 겪으면 어떻게 할까하는 염려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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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 또한 “저도 평소 깜빡할 때가 있다. 치매가 아닌가 싶어서 뇌 검사도 해봤다. 사실 우리가 다 겪게 되는 일이다”라며 “10년간 시아버님을 모셔본 경험이 있다. 우리가 아기일 때 엄마가 보살펴주듯, 나이가 들면 거꾸로 그것을 다시 받게 되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연극을 보면서 느끼고 각오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어른이 된 입장에서도 더욱 조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말처럼, 치매는 병에 걸린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연극의 소재로 치매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재성 연출은 “치매는 본인 인격도 파괴하면서 주변 가족들의 고충도 극대화 한다”며 “이 연극에서 치매에 걸린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남편이 가족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 시대 가족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노인 치매 환자는 1999년에서 2010년까지 11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 오는 2050년이 되면 65세 인구 10명 중 한 명은 치매 환자가 된다. ‘사랑해요 당신’은 관객들로 하여금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치매를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항상 곁에 있기에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극중 남편 한상우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편 ‘사랑해요 당신’은 가천대 길병원과 극단 ‘사조’가 함께 준비한 순수 국내 창작 공연이다. 배우 이순재, 정영숙, 장용, 오미연, 문용현, 김동규, 김민채, 문고운이 출연한다. 오는 4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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