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K뱅크 ‘메기효과’…신한 ‘전통은행 정의 버려라’

KEB하나은행 "지역본부장에 인사권·예산권 부여"...의사결정 제고 카드꺼내

윤종규 국민은행장 "인터넷전문은행, 디지털 '경쟁자'"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3일, 국내 시중은행장들이 일제히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케이뱅크발 ‘메기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창립기념식을 열고 “앞으로 신한의 경쟁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업을 둘러싼 경쟁 환경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통찰하고 과감한 혁신을 실행하자”며 비금융 업종과의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이날 참석한 임직원 250여명은 위 행장의 기념사를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행장은 또 “영업부터 업무 방식까지 전통적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금융업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7등급 고객까지 한자릿수 신용대출을 들고 나오는 등 기존 은행으로서는 파격적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시중 은행도 경쟁의 틀을 같은 은행권이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 나아가 ICT 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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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이날 2·4분기 조회사를 통해 지역 본부장의 자율경영을 화두로 던졌다.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인터넷은행 등과 경쟁에서 필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뿌리내리겠다는 강한 각오를 밝힌 것이다. 함 행장은 “기존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혁신 방안으로 각 지역의 영업본부장에게 ‘지역 소(小)사장’의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지역 영업본부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 혁신조치 역시 별도의 발표가 아닌 조회사를 통해 밝힘으로써 조직 의사결정의 민첩함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 역시 조회사에서 “오늘(3일)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24시간 365일 영업체제로 업무를 개시하는 날”이라며 “디지털 경쟁자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케이뱅크를 ‘경쟁자’로 직접 거론했다. 빅4 시중은행이 같은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은행을 경쟁자로 직접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회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을 언급하면서 “디지털과 모바일의 금융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AI와 전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개념인 클라우드(Cloud), 디지털 생태계를 의미하는 에코시스템(Ecosystem)의 E, ‘ACE’가 KB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의 출범 날 시중 은행장들이 하나같이 파격적인 변화를 주문하면서 케이뱅크발 메기효과의 강도가 점점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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