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文 "보수단일화는 적폐연대 분열·갈등의 시대 끝낼 것"

■대선 D-35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누적 득표율 57% 본선직행

"이번 대선 정의-불의 대결 국민 대통령 시대 열겠다"

"安 대연정은 담대한 발상" 경쟁자 지지층 끌어안기도

문재인(왼쪽 두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 대선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 후 경쟁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선거인단에게 인사하고 있다./이호재기자문재인(왼쪽 두번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 대선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 후 경쟁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선거인단에게 인사하고 있다./이호재기자


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승리가 확정되자 오른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했다. ‘당연한 승리’라는 듯 표정에는 웃음과 여유가 가득했다. 문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외쳤다. ‘국민이 집권해야 정권교체다’ ‘정권교체 희망이 더욱 단단해졌다’ 등 3,000자 안팎의 연설문에서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총 6번 사용했다. 헌법 1조를 언급하면서 “정치의 주류는 국민, 권력의 주류는 시민,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했고 “국민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19대 대통령선거를 ‘상식 대 몰상식’ ‘공정 대 불공정’ ‘적폐세력 대 미래개혁세력’의 대결로 규정지었다. 그는 “적폐 연대의 정권 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 한다”며 “반문 연대, 비문 연대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겁내고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 연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보수 연대 내지 반문 연대를 ‘적폐 연대’로 깎아내린 것이다. 이번 대선의 성격을 ‘정의 대 불의’로 규정해 ‘보수 대 진보’ 프레임을 깨겠다는 전략이다. ‘보수·진보’ 프레임에서 파생된 ‘종북’ 프레임에 갇혀 완패한 지난 2012년 대선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문 후보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면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고 외쳤다.


경선에서 패배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의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려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는 “안희정의 통합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 의지, 이제 저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바꿔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담대했다”며 ‘대연정’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패기와 치열함은 남달랐으며, 최성 후보의 도전정신도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세 동지가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한다”며 “세 동지가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게 제가 함께하겠다”고도 했다. 친문 패권주의에 거부감을 느끼고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 이 시장에 환호한 진보적 유권자에게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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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경제·안보 확립 △불공정·부정부패·불평등 청산 △통합의 새로운 질서 확립 등을 자신이 해결할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고 구멍 난 안보를 바로 세우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불공정한 시스템을 공정하게 바꾸고 모든 적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수도권 경선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각각 ‘대연정’과 ‘개혁’을 내세우며 막판까지 문 후보의 과반 확보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기대를 걸었던 수도권(강원·제주 포함)에서조차 문 후보에게 60%대의 지지율을 내줬다. 안 지사는 이 시장에 뒤져 3위로 밀렸다. 2차로 모집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안 지사가 선전하면서 다시 2위로 올라섰으나 문 후보의 과반을 막지는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세를 뒤집기에는 활주로(시간)가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강력한 ‘대세론’을 형성하며 1위를 질주해왔다. 충청 대망론을 기반으로 한 안 지사와 ‘촛불 스타’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의 대안으로 조명받았으나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와 당 대표 등을 거치며 탄탄한 조직력을 다진 문 후보의 벽은 높았다. ‘적폐청산’을 내세우면서 민주당 지지층을 확실히 붙잡은 것도 승리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때 안 지사가 문 후보 를 바짝 추격하며 ‘제2의 노무현’을 꿈꿨지만 ‘선의’ 발언으로 주춤했고 그 사이 문 후보는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거대지역인 영남이라는 지역 기반, 적폐청산과 개혁 구호, 노무현의 적통 계승 등 1위를 위한 여러 조건을 갖춘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경선 승리의 원동력인 대세론을 어떻게 본선까지 끌고 가느냐가 문 후보에게 놓인 최대 과제”라며 “문 후보가 흔들리는 여론조사도 나오는 만큼 경선 승리에 도취되면 자칫 어려운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김기혁기자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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