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감사원 독립기구화' 논란] 독립시키면 '무소불위' 권한...국회이관땐 '입법독주' 가속

<'감사원 독립' 관가에 뜨거운 감자>

독립-지금도 힘 막강한데...정책감사 등 남발 가능성

국회 이관-지역구 예산·민원사업 해결 창구로 악용 우려

독립·국회 이관보다 회계감사 등 본연의 역할부터 정립을



감사원의 독립 문제는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소용돌이 속에 있는 세종시 관가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지금도 감사원의 힘이 막강한데 독립기관이 될 경우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면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으로 해석한다. 행정부와의 역학관계가 이미 국회로 기운 상태에서 감사원까지 품을 경우 국회를 사실상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감사원 역시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해 중립성이 훼손되고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회가 감사원을 지역구 예산 및 민원사업 해결의 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청와대에 휘둘린 경향은 있었지만 감사원을 독립시키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고 국회로 보내면 ‘망나니한테 맡긴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독립 문제와 관련해 피감기관에서 근무하는 관료들의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감사원의 독립은 곧 권력 비대화로 요약됐다.


경제부처 A 국장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권력구조 개편 등을 계기로 감사원의 독립과 국회 이관 문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감사원이 제 역할을 못해서 국정농단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일의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의 주된 기능은 회계감사와 공무원의 윤리감찰인데 지금은 정책감사를 너무 남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만일 독립기구가 되면 권한이 더 강해져 무소불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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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 B 과장도 “일부 감사의 부실이 문제라고 독립기구로 만드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우는 일”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권한이 막강한데 견제가 없어지면 누가 통제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 정책감사 때문에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심해졌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정서가 더 강했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의회의 예산통제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국회가 감사원을 통해 예산의 편성부터 집행·결산까지 속속들이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감사의 전문성이 커진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료사회에서는 감사원의 독립보다 국회 이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사회부처 C 국장은 “과거에는 행정 국가화되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입법 국가화되고 있다”며 “감사원까지 국회로 이관되면 입법권이 세지는 정도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아예 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부처 D 과장은 “감사원이 국회 소속이 되면 정치적 중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구 예산 따내기 및 민원 창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사회부처 E 과장은 “과거에는 회계감사 위주였다면 지금은 정책감사 위주”라며 “전문성이 없는 정책감사에 질렸는데 국회로 가면 정치색이 더욱 짙어질 게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감사원을 독립시키거나 국회로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위상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경제부처 F 과장은 “정책감사를 하면서부터 인력을 대폭 늘려 조직도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며 “조직의 독립이나 이관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회계감사만 충실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사원 인력은 정무직 8명을 포함해 무려 1,080명에 이른다.

/세종=김정곤·임지훈·서민준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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