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밥

윤중목作



밥은 사랑이다.

한술 더 뜨라고, 한술만 더 뜨라고


옆에서 귀찮도록 구숭거리는 여인네의 채근은

세상 가장 찰지고 기름진 사랑이다.


그래서 밥이 사랑처럼 여인처럼 따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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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 떠난 후 주르르륵 눈물밥을 삼키는 이유다.

밥은 사랑이다.

다소곳 지켜 앉아 밥숟갈에 촉촉한 눈길 얹어주는

여인의 밥은 이 세상 최고의 사랑이다.

아홉 줄 짧은 시 한 편 밥상머리에 두 여인이 앉아 있다. 연신 경상도 사투리로 구시렁거리며 한 술만 더 뜨라고 주문을 외는 앞의 여인은, 효도를 기다릴 새 없이 떠나간다는 그 여인일 것이다. 다소곳 지켜 앉아 밥숟갈에 촉촉한 눈길 얹어주는 뒤의 여인은 검은 머리로 만나 파뿌리로 가는 동행일 것이다. 더운밥 먹을 땐 더운 줄 모르지만, 집 나와 찬밥, 눈칫밥, 소금밥, 주먹밥, 객짓밥, 혼밥 먹노라면 저 두 여인의 밥이 한없이 그리울 것이다. ‘밥’이라는 글자에 공기 두 개가 보인다. 엄마 밥, 아내 밥. 배고픈 ‘ㅏ’ 모음이 입 벌려 먹고 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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