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데스크 분석] 사상 첫 대선 캐스팅보트 쥔 보수

洪·劉 찍으면 사표 뻔해

"文 대안 후보 밀어주겠다"

보수표 따라 승패갈릴 듯





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보수층은 지난 1951년 이승만 계열의 자유당이 창당된 후 줄곧 보수정당에 적어도 40%가량의 지지표를 던지며 상수(常數)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는 변수(變數) 신세가 되면서 표심을 주도하지 못하고 사상 처음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에 머물게 됐다.

과거와 사뭇 다른 생소한 대선 풍경이다. 보수층이 귀중한 한 표를 줄 만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을 굳히는 것도 내심 불쾌하다.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눈길을 돌려보지만 영 마뜩잖다. 표를 던졌다가는 사표(死票)가 될 게 뻔하다고 여긴다. 보수층이 ‘대안 후보’를 찾아 나선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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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 발표한 조사에서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42.7%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 대변자를 자처하는 홍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은 18.8%에 그쳤는데 이는 문 후보(16.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안 될 보수 후보’에게 표를 주느니 차라리 문 후보에 대적할 수 있는 대안 후보로 발길을 돌리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배어 있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 표심이 같은 당의 문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더 몰리는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YTN과 서울신문이 5일 엠브레인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의 경우 문 후보, 안 후보, 홍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4자 대결에서 문 후보(38.0%)와 안 후보(36.2%)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양자대결에서는 안 후보(47.0%)가 오히려 문 후보(40.8%)를 앞질렀다.

서울경제신문 자문위원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대세론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5자 구도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 표심의 향배에 따라 문·안 양강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층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은 홍 후보와 유 후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들 후보의 합산 지지율은 15%를 넘지 못한다.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문 후보에게 맞선다면 백전백패가 불 보듯 훤하다. 보수층이 안 후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33일 남은 대선 기간에 보수층은 대권 주인공을 결정하는 마스터키를 쥐게 된다. 결국 이번 대선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는 문 후보의 대세론과 안 후보의 역전승을 결정하는 최종 심판은 보수층이 내리게 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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